국내 금융시장이 지루한 장마 끝에 모습을 드러낸 초대형 호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30일 주식시장은 사상 최대 폭으로 폭등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180원 가까이 폭락했다. 무엇보다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크게 내려가 국제 자금시장에서 외화 조달이 좀더 수월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재가 하루짜리로 끝나지 않고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협정의 기간과 규모가 내년 4월까지 300억달러로 한정돼 있다는 점, 국내 은행에 내재한 신용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 세계 실물경제의 침체는 이제 시작이므로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호재의 '약발'이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부도위험 하락
지난 27일 국제금융시장에서 7%포인트대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 국채의 CDS프리미엄은 29일 5.77%포인트까지 떨어진 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소식이 전해진 30일에는 4.4%포인트 전후까지 하락했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최근 6.2%%포인트까지 올랐지만 30일에는 CDS프리미엄과 함께 하락 반전했다. 스와프계약을 통해 제2의 외환보유액 300억달러를 확보한 만큼,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부도위험은 줄어들고, 신뢰도는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평가도 좋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한ㆍ미 통화스왑이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시켜 원화 강세(환율하락) 요인이 될 것"이며, "이번 스와프 프로그램과 함께 정부의 은행 외채 지급 보증안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채권 롤오버(차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최대 폭등
가장 반긴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스와프계약 체결과 기준금리 인하에 한껏 고무되며 전날보다 115.75포인트(11.95%) 급등, 닷새 만에 1,0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30.46포인트(11.47%) 급상승하며, 300고지 재탈환을 눈 앞에 뒀다. 일본 닛케이지수(9.96%), 대만 가권지수(6.29%),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증시들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동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재가 자금시장경색과 제2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큰 불안감을 덜어 준 호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반등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극단적 약세장에서 나타나는 '과매도→패닉→항복→실망'의 단계에서 현재는 '항복' 이후 단기 반등 국면이라면서 "제한적인 반등 국면 이후에는 다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실망' 국면이 올 수도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최대 하락
하루 낙폭 177원. 통화스와트 계약체결소식은 원ㆍ달러환율을 믿기 어려운 폭으로 끌어내렸다. IMF 긴급지원소식에 2,000원까지 치솟았던 원ㆍ달러환율이 폭락했던 1997년12월26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외화차입 지급보증안 국회 통과, 경상수지 흑자전환 전망 등으로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누그러지면서 원화 값이 폭등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과도하게 원화 값이 폭락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가 사라진 만큼 원화 가치 하락 폭이나 변동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추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오버슈팅(이상과열) 측면이나 국가부도 위험성에 대한 우려 등은 많이 해소됐다"면서도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C&그룹 사태처럼 기업 도산이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은행 내부의 신용 불안 요소도 여전해 환율이 1,150~1,200원 아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이탈현상도 지금보다는 완화되겠지만 추세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외화 수급 상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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