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정모(33)씨는 오랜 고통 뒤 반짝 고민이 생겼다. 1년 전 3,000만원을 몰아넣었던 주식은 쪽박(-80%)이 됐지만, 최근 장세를 보니 은근히 본전 생각이 났던 것. 28일 급등(코스피 +52.71포인트) 덕에 솔깃했던 가슴은 29일 안도감(30.19포인트 급락)으로 변했다.
그러나 30일 폭등(+115.75포인트)하자 다시 마음이 동했다. 그는 "그간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면 지금 단타매매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워낙 장이 무섭게 출렁거려서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그는 '사느냐, 마느냐'를 놓고 여윳돈 500만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 김모(37)씨는 위기설이 돌던 9월 용케 증시에 입성(1,000만원 투자)했다. 당시가 바닥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한때 수익률이 30%대를 넘나들었지만, 순식간에 망가져 -20%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30일 거의 원금 수준(99.89%)에 다다랐다. 그는 업무시간 내내 주변에 물었다. "보유냐, 파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국내 주식이 너무 싸졌다는 인식은 공통사항. 그러나 '쌀 때가 살 때'라는 간단한 투자원칙을 앞세우기엔 요즘 시장이 현기증 날 정도로 어지럽다. 대내외 환경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지난 주 연쇄 급락에 이어 이번 주 징검다리 폭등세가 연출되자 마음은 갈대가 되고 만다. 본전 생각이 간절한 기존 주식투자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벼르는 예비 투자자도 바닥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주변에서 사라고 부추기고, 며칠 만에 몇 십%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까지 들리면 맘은 더욱 급해진다.
전문가(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길을 물었다. 시중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장기적으로 투자해 볼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지금 당장이냐"는 질문에선 시각 차가 컸다.
아직 사지 마라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단기 반등의 꼭짓점에 거의 다 온 상태라 적극적 매수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확률적인 반등의 합리적인 구간(상하 대비 20% 수준)을 논했다. "900을 바닥이라고 했을 때 1,100 조금 넘는 수준, 10월 초 1,400을 고려했을 때도 1,100 남짓(최고 1,200)이 이번 반등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외환위기 때도 반등 후 하락했고 다시 반등할 때까지 10개월 정도 걸렸다"며 "이번에 물리면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더 답답한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병문 KB투자증권 센터장은 "저점(892)을 다시 한번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덕분에 저점을 깨더라도 10% 내외일 것"이라며 "800 정도가 바닥이자 매수시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은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지수 전망은 무의미하다"며 "단기 손실에 따른 박탈감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현금을 확보하고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악재는 보지 마라
올해 약세장을 예측한 걸로 유명한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지금이 살 때"라고 확신했다. 그는 "기업들의 투자실수, 금융기관 대출기피 등 단기적으로 디레버리지(차입축소) 가능성은 남아있어 술렁거릴 수 있지만 일단 무시하자"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으니 지금 사자"고 했다.
지수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그는 "내년 1분기까지 1,320선은 갈 것"이라며 "각국의 대책이 조금씩 효과를 내면서 과도한 공포는 잦아들고 집값 안정, 금융기관 자본 확충으로 신뢰가 쌓이면 돈이 돌기 시작해 주식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추가 하락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최근 급락으로 저점 대비 20~30%의 상승여력이 생긴 만큼 매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수준으로 자산가치대비 주가 수준도 절대 저평가 권역"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창출 능력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찬유기자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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