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인 A사는 며칠 전 올해 수준으로 편성한 내년도 업무추진비 예산안을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다. "지금 상황이 어느 때인데 이렇게 잡았느냐"는 호통이었다. B대기업은 최근 팀장급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팀원들의 법인카드를 모두 회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빠르게 전이되자, 국내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자린고비'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새해 업무추진비가 적어도 5~10%가량 오르는 게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겁 없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짠돌이' 경영은 전 업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C건설사 임직원들은 앞으로 해외 출장의 꿈을 접어야 할 처지다. 각 부서에 "해외 출장은 꼭 필요한 경우, 꼭 필요한 인력만 보내라"는 공문이 하달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확실한 결과물이 보장되기 어려운 해외 출장을 누가 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회식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기업도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회식 장소도 고깃집이나 활어횟집 대신 중국집이나 김치찌개 전문점 등으로 바뀌고 있다. D기업의 경우 야근자에게 주던 교통비조차 끊었다.
임원들의 골프장 회원권 반납은 이제 구문이 돼 버렸다. 중소기업은 물론, 잘 나간다는 대기업 임원들조차 골프장 출입을 삼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박사는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는 비용 절감이 바람직하다"며 "과도한 비용 절감은 오히려 향후 영업활동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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