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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해발굴단, DMZ일대 첫 조사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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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해발굴단, DMZ일대 첫 조사 현장 르포

입력
2008.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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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 경기 연천군 신서면 내산리. 미군 '합동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한국전쟁팀 대원들과 한국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원들이 차량을 멈추고 지도를 펼쳤다.

"비행기 잔해 같은 물체를 봤다는 게 이 지점입니다."(감식단 김현국 소령) "좋습니다. 가서 확인해 봅시다." JPAC의 드로이 미첨 한국전쟁팀장과 7명의 대원들은 금속탐지기, 폭발물탐지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 등 각종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JPAC은 미국 하와이에 사령부를 둔 전사자 유해발굴 전문부대다.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해 송환하는 일을 한다. 한국전쟁팀을 비롯해 베트남전쟁팀, 세계대전팀, 냉전팀 등으로 구성돼 있고, 인류학자 폭발물전문가 전사연구관 통역 등 각 분야의 민ㆍ군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전쟁팀은 약 한 달 일정으로 한 해 3,4차례 한국을 찾는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한미 유해발굴단이 함께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대한 기초조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날처럼 그 동안 들어온 제보를 확인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한 시간 가량 지장봉(해발 877m)을 올랐다. 물이 말라버린 계곡의 바위 틈에 금속조각이 박혀 있었다. 길이 1.5m, 폭 20~30㎝ 정도의 금속조각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이 틀림없다. 항공기 잔해일 가능성이 높다.

일대를 샅샅이 뒤진 끝에 같은 모양의 조각을 또 발견했다. 이번엔 한 쪽 구석에 흐릿하게 'PRACTICE'란 글자가 적혀 있다. 의견이 분분해졌다. 항공기에 탑재됐던 미사일이나 폭탄의 일부일 수 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는 듯했다. 미군기가 훈련 중 떨어뜨린 연습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첨 팀장은 "항공기가 추락했다면 작은 잔해들이 상당히 많을 텐데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사령부의 항공기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내 분석을 해봐야 확실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발견 장소의 좌표를 GPS로 확인하고, 사진을 찍는 등 자세한 기록을 마쳤다.

항공기 추락에 대한 확실한 단서를 찾지 못했으니 실망하지 않았을까. "절대로 아닙니다." 하산하던 미첨 팀장이 걸음을 멈추고 정색을 한다. "찾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직접 와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찾지 못한다 해도 현장에 와서 확인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이어 "1년에 절반 이상을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대원들의 자부심만큼은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마을에 내려온 JPAC 대원들이 주민 인터뷰에 나섰다. 오래 살았던 분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서다. "저는 잘 모르고요. ○○네 할아버지가 좀 아시려나…." 한 아주머니가 할아버지 집을 알려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주에 이미 만났던 분이다.

이들은 다음달 25일까지 연천에 이어 문산, 철원 등을 돌며 주민 인터뷰, 지형 검토 등 향후 DMZ 유해발굴을 위한 기초조사를 벌인다. 평택에서는 별도의 수중탐사팀이 한국전쟁 당시 바다에 추락한 폭격기 및 조종사 유해 인양에 나선다.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 전쟁을 목격한 이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 결정적인 제보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첨 팀장은 "어떠한 작은 정보라도 우리에게는 모두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정보의 신빙성에 확신을 갖지 못해 말하기를 꺼립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로 헛고생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런 부담은 전혀 갖지 않아도 됩니다."

JPAC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실종된 7만8,000명, 한국전쟁 8,100명, 베트남전 1,800명, 각종 분쟁 120명 등을 찾고 있다. JPAC의 전신인 '미 육군 중앙신원확인소'(CILHI)를 포함해 30여년간 전세계에서 발굴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유해는 1,300여명이다.

핵 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북한에까지 발굴팀을 보내 96년부터 2005년까지 22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을 정도로 미국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는 모두 8,100여명(남한 2,500명ㆍ북한 5,600명). 이들은 부대 휘장에 새겨진 문구처럼 'Until They Are Home(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결코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그냥 버려둘 수 없습니다."

연천=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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