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1층 구내식당 옆 스튜디오. 보송보송한 피부의 앳된 학생들부터 벽안의 외국인 여성에 이르기 까지 9명이 고추를 손질하고 쿠키를 굽느라 분주했다. 언뜻 보면 '어색한 조합' 같지만 요리로 하나되는 사회적기업인 'Organization Yori(이하 요리)'의 작업 현장이다.
요리는 지난해 하자센터의 창업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이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후 지난 23일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정 받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실시된 뒤 현재 정부가 인증한 곳만 108개에 달한다. 노동부는 2년 간 이들 기업에 인건비, 시설물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요리 또한 청소년과 여성가장,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요리교육과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푸드 서비스 업체다. 전문 요리사와 교육생까지 포함하면 모두 19명. 이들은 '요리팀'과 '카페팀'으로 나눠 센터 내 구내식당에서 80여명 학생들의 급식은 물론 직원들의 식사를 만들어 주고 구내카페도 운영한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아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 한 심포지엄에 나가서 새로 실험한 녹차쿠키를 선보였는데 다들 맛있다면서 어찌나 칭찬을 많이 해주시던지…."
한영미(39ㆍ여) 기획팀장이 꼽는 '요리'의 인기비결은 정직하고 양심적인 식재료 선택에 있다. 타 업체가 보통 전체 수입의 20~30%를 재료비로 쓰는 데 여기서는 50%를 투자한다. 그는 "재료비를 줄여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외부출장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 일주일에 1~3번 외부출장 요리를 나가는데 규격화된 메뉴 없이 고객이 요청하는 대로 어떤 음식이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온 동남아 결혼 이주여성 때문에 다문화 음식까지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요리의 장점이다. 인도네시아인 림미화(41ㆍ여)씨는 "단호박과 고구마, 코코넛 밀크 등을 끓여 만든 달콤한 디저트인 '꿀락'이 단연 인기가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요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억5,000만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음식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자립이 필요한 청소년들과 취약계층이 직업수행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매주 6명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요리' 직원들에게 한식요리법을 배운다. 인근 고교의 장애학생 7, 8명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쿠키 굽기, 과자 포장법, 판매법 등을 실습한다.
장애 학생들에게 쿠키 굽는 법을 가르치는 설석환(19)군은 "빵을 굽다 보면 서로 먹겠다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귀엽다"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교육을 마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공서나 문화재단의 구내식당과 카페 운영을 맡기 위해 사업 확장에도 열을 올린다. 이에는 뚜렷한 명분이 있다. 요리 같은 사회적기업이 꾸준히 커 나갈수록 자연스레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그래서 더 많은 소외계층에게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많은 소외 계층이 즐겁게 일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의 모델이 되는 게 목표"라고 환하게 웃었다. 요리 홈페이지(cooking.haja.net) 또는 문의(02)2677-9200.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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