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 성장 동력산업의 하나로 문화산업을 선정하면서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기업에서는 창의경영, 디자인경영, 문화마케팅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쓰고 있다.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문화산업이 주목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작은 국토에 원자재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아이디어만으로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고, 사람이 중심인 산업이다 보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부가가치가 크며, 국가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다른 산업의 해외수출에도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고 창의력이다. 이것 없이는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영화도, 뮤지컬도, 음악도 만들기 어렵다. 문화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창의력 있는 인재의 부족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에서 문화산업을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갑자기 창의력 있는 인물이 툭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내가 진행한 라디오 문화프로그램에 나온 시인이 자기의 시로 낸 시험문제를 풀었는데 정답을 못 맞힌 것이 더 많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를 정서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시의 유형은 무엇이냐, 주제는 무엇이냐 등등의 문제는 아이들이 시를 읽으며 느끼고 상상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이오" 라고 대답했는데 한 아이는 "봄이 와요" 라고 답을 했다. 선생님은 이 아이를 꾸짖었다. 창의력 새싹을 짓밟는 짓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학원으로 밤 늦게까지 입시공부에 시달리게 만드는 교육환경에서 창의력 있는 인재가 어떻게 배출되고, 어떻게 문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 제도의 개혁이 없이는 문화산업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말 모를 것은 이런 저런 세미나나 포럼에 참석해보면 정부의 교육담당관이나 대학교수님들도 다들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학교신문 기사를 쓰고, 미술반에서 그림 그리고, 연극반에서 연극을 한 활동을 대학입시에 큰 점수로 반영할 수는 없을까.
최근 미국대학에서 한국인 학생의 중퇴율이 가장 높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학원의 주입식 수업만 받았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도 해 본 적 없는 우리 아이들은 미국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고 만다. 창작 뮤지컬 제작의 가장 큰 어려움도 공연계에 대본을 쓸 작가와 음악을 만들 작곡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공연장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영화가 주저앉은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크리에이티브 인력의 부족이 큰 이유다. 한국영화가 잘될 때 몇몇 스타에 의존한 제작시스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지만, 재미있고 감동 있는 영화를 계속 만들어낼 창의력 있는 인재가 부족했던 것이다. 영화관은 역시 요즈음 다시 할리우드에 자리를 내주었다.
할리우드에 스티븐 스필버그만 있는 것도, 브로드웨이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져야 문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고, 국가의 미래도 있다.
송승환 ㈜PMC대표ㆍ명지대 뮤지컬공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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