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 바리실 마을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산자락이 오목하게 감싼 작고 예쁜 마을이 하나 있다. 그 모양이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를 닮았다고 해서 예부터 바리실마을이라 불렸던 곳이다.
깊은 산골의 작은 동네이지만 이 마을이 뻗은 인연의 촉수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이어졌다. 한국타이어, 철도시설공단 등 11개 큰 회사가 1사1촌을 맺고 있고, 이곳을 다녀갔던 수많은 대도시 주민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산골이다 보니 마을엔 논이 넉넉지 않다. 쌀 농사 대신 사과와 약초가 큰 수입원이다. 이 마을이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부터다. 그 전에는 정말 가난한 농촌이었다. 마을 대표인 박인호(59)씨는 "예전엔 주변에 쑥뿌리도 남아나질 않았다"고 회고했다. 땔나무가 없어 80리를 지게 지고 나섰고 소똥을 말려 군불을 때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 마을은 부자다. 특히 마음만큼은 아주 여유로운 부자마을로 그 풍요로운 '농심(農心)'을 마을에 찾아온 수많은 도시민들과 나누고 있다.
마을은 1993년 첫 능금꽃축제를 열면서 외부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도시 소비자를 직접 만나게 됐고 직거래의 경제성에 눈 뜨기 시작했다. 사과도 먹어 봐야 살게 아니냐 싶어 2001년부터는 가을에 '사과 맛보기 축제'를 열고 있다.
작은 마을이 축제를 열수 있었던 배짱은 바로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낮에는 뜨겁다가도 밤에는 급격히 추워지는 산간 분지형이라 사과의 당과 향이 유독 뛰어나다. 사과축제 손님뿐 아니라 자매결연을 맺은 단체들과도 지속적인 판로가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생산량의 30%도 팔지 못해 폐기 처분했는데 이제는 수요가 넘쳐 되레 30%가 모자라는 형편이다. 사과뿐 아니라 우렁이농법의 친환경쌀, 약초인 생지황 등도 그 품질을 걸고 직거래를 뚫어 중간상인에 헛돈 떼이지 않고 제값을 받게 됐다.
박 대표는 "마을에서 파는 가장 큰 것은 쌀도 사과도 아닌 정"이라고 했다. "농심이란 게 뭐겠소. 나눠주고 퍼주는 인심이 바로 농심이요. 일부러 팔지 않더라도 인정에 감동을 받으면 저절로 와서 물건들을 사가지고 가더군요."
그 푸짐한 농심은 체험객들이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인 '고향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3개의 방과 화장실 2개, 목욕탕 2개를 갖춘 새로 지은 한옥이다. 고향의 집 하룻밤 이용료는 한 가족이든 50명 단체이든 단돈 5만원(동절기에는 난방비 부담으로 10만원)이다.
박 대표는 "숙소 부지는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놓았고, 건축비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것인데 잠자고 먹는 것에까지 악착같이 돈을 벌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회사 등 단체가 비용 부담이 없어 많이 찾는데 너무 싼 게 미안해서인지 마을 농산물을 많이 사간다"고 했다.
이 마을엔 독특한 운송 수단이 있다.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전동카다. 경운기 운전이 벅찬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것들이다. 작지만 비료 20포대를 실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좁은 길도 쉽게 내달릴 수 있다. 체험객은 골프 전동카를 타고 시골을 돌아보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마을 가을 체험의 주된 프로그램은 11월 본격 출하하는 사과 따기다. 금산의 자랑인 인삼을 이용한 인삼술 만들기, 인삼발 엮기, 고구마 캐기, 벼베기 등도 할 수 있다. www.barisil.co.kr (041)750-3579
■ 제천 산야초마을 - 금수산 자락 약초 내음에 원기가 쑥쑥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산야초마을에 들어서면 쌉싸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마른 약초의 그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다.
산야초마을은 충주댐 건설로 내몰린 수몰민들이 모여 다시 일어선 마을이다. 1985년 수몰로 떠났던 사람들이 지금의 하천리에 모여들기 시작, 마을을 이루게 됐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 아래 논에서 뒹굴던 문인석을 찾아다 세우고 마을 유래비도 세워 독립된 마을임을 표시하고서야 제2의 고향을 얻게 됐다.
밭 한 뙈기 일구기 힘든 땅에 자리를 잡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그간 이야기를 다 듣지 않고서도 짐작이 갈 것이다. 이 같은 사연 때문인지 마을 주민들의 농촌 체험에 대한 애착과 정성은 더욱 특별하다.
마을 뒤의 금수산(해발 1,016m)은 다양한 약초들이 자란다. 이 약초들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체험 재료로 변신한다. 약초로 천연염색을 하고, 잘게 썰어 향기 나는 약초 주머니도 만든다. 가장 많이 하는 체험은 양파 물들이기.
흔한 양파로 다양한 색을 염색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당귀 인절미, 당귀 두부 등 약초를 이용한 약음식 만들기도 흥미거리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천연 건강식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sanyacho.go2vil.org (043)651-1357
■ 청양 가파마을 - 장승·짚신·복조리 만들고 김장도 담고
청양군 대치면의 가파마을은 충남에서도 최고의 오지로 꼽는 곳이다. 깊숙이 자리잡은 지리적 요건 때문인지 오래된 전통 풍습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파마을은 그 전통을 살리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마련해 놨다. 대표적인 것이 장승과 짚공예다. 청양 은 장승 문화가 잘 보전된 지역이다. 소형 장승 만들기, 장승 목걸이 만들기 체험 등이 가능하다. 짚으로 계란 꾸러미나 짚신, 복조리 등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쪽을 이용한 염색 체험도 자랑거리다.
가을철 이 마을 최고의 체험 프로그램은 김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신선한 배추와 양념으로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담근다. 담근 김치를 바로 가져갈 수도 있고 마을의 김치 숙성하기 좋은 땅에 묻어 놓을 수도 있다.
잘 익은 김치는 나중에 택배로 배달해 준다. 김장 체험은 김치 20kg에 8만 5,000원. 전통 항아리 숙성 김장 체험은 항아리 1독(45~50kg)에 19만원이다.
마을 주민들은 만생종 노지 속노랑 배추에 신안 천일염을 이용, 칠갑산 청정 물로 씻어낸 절임 배추도 판매한다. 20kg(배추 10포기 내외)에 2만2,000원으로 저렴하다. gapa.invil.org (041)940-2401
금산=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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