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하루였다. 29일 증시는 말 그대로 널을 뛰었다. 투자자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주가에 하루 종일 웃다 울기를 반복해야 했다. "세상에 이런 시장도 있나"란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새 무려 157.98포인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사상 최대 변동폭 기록을 새로 썼다. 하루 변동성(고가에서 저가를 뺀 값을 평균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도 15.81%로 역대 최고였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천당과 지옥을 오간 하루였다.
장이 열리기 전부터 반가운 소식들이 쏟아지며 시작은 더 없이 좋았다. 우선 새벽 끝난 뉴욕 증시가 10% 이상 폭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 또 FRB의 기업어음(CP) 매입결정으로 산업은행이 싼 이자로 8억3,000만 달러를 확보했다는 소식 등 호재가 잇따랐다. 여기에 연일 치솟으며 우리나라 국가신용위험을 높였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모처럼 떨어졌고, 원ㆍ달러 환율도 하락하며 투자자의 긴장을 풀어줬다.
외국인도 11거래일 만에 모처럼 강하게 '사자'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오전에만 80포인트 급등하며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효과 일시 정지)가 발동했고 1,000을 넘어 1,078.33까지 올랐다. 1,100선까지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끝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오후 1시3분 1,000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었다.
첫번째 이유는 C&그룹 유동성 위기설. C&그룹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설 진원지인 C&중공업을 비롯해 C&우방, C&우방랜드, C&상선 등 C& 그룹주들이 한꺼번에 고꾸라지며 찬물을 끼얹었다. 거래가 있는 은행주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어 흘러나온 'IMF 지원 요청설'은 치명타였다. 한국 정부가 IMF의 통화스와프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에 그 동안 시장이 갖고 있던 걱정과 불안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면서 시장 전체가 폭락, 920.72까지 떨어졌다. 오후 1시46분 코스피200 선물 옵션 시장에 7년 만에 서킷브레이커(모든 거래 20분 중단)가 걸렸다.
장 막판 기획재정부가 IMF에 지원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시장은 빠르게 수습되며 낙폭을 줄였다. 전날 상승의 주역이었던 연기금들도 가세했지만 하락세를 되돌릴 수 없었다.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30.19포인트(3.02%) 떨어진 968.97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6.84포인트(2.51%) 하락한 265.59로 끝났다.
이영완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내외의 신용 위기가 완전히 치유되거나 회복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실물 위기가 구체화하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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