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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흑인 대통령'과 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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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흑인 대통령'과 인종주의

입력
2008.10.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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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 암살을 꾀한 스킨헤드 네오 나치(neo-Nazis) 2명의 체포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 성공 가능성을 믿지 않았고 구체적 계획도 없었다니, 수사당국이 엉성한 '암살 음모'를 굳이 공개한 게 의아할 정도다. 오바마는 "증오집단이 소외된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종 논란을 피하려는 선거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비밀경호 팀 대변인도 하찮은 일로 치부했다. 일부 언론이 "흑인 대통령 등장에 대한 인종적 반감을 확인시켰다"고 애써 의미를 강조한 것이 어색하게 비친다.

■며칠 전 AP통신은 "피할 수 없는 폭발적 이슈인 인종 문제가 갈수록 부각된다"고 보도했다. AP는 터번을 두른 오바마 풍자 그림에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쓴 입간판을 내건 사례 등이 전국 곳곳에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들도 흔히 "오바마가 패한다면 오직 인종주의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11월4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전체의 70%에 가까운 백인 유권자들의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 내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자리 수로 벌어졌던 매케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한 자리 수로 좁혀진 것과 언뜻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선정성에서 비롯된 '인종주의 유령'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네오 나치 등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웹사이트를 뒤지고, 시골 벽촌의 1인 시위 따위를 증거인 양 내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기법이 발달해 지지율 격차가 투표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매케인의 역전 가능성은 운석(隕石)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단언하는 전문가까지 있다. 객관적 학자들도 흑인 후보의 압도적 리드가 투표에서 뒤집히는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난 1982년에 비해 인종주의가 크게 완화됐다고 진단한다.

■이런 변화는 특히 오바마 지지가 많은 젊은 계층에서 두드러진다. 오바마에 대한 인종적 반감은 1960년 선거 때 가톨릭 신자인 케네디 후보에 대한 거부감보다 낮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2000년 대선 때 자행된 유권자명부 조작과 투표 방해, 불공정 개표 등이 재현되는 것이다. CNN 조사에서 유권자의 42%가 이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부정선거 때문에 오바마가 패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에 경찰이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이 외부세계가 기대하듯 '흑인 대통령'을 선출, 국가 이미지를 쇄신할지 주목된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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