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신용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서 한계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ㆍ외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고 채산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극도로 기피, 사실상 자금줄이 막힘에 따라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중견기업까지도 생사를 위협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엔 각종 '도산설'이 난무하고, 주가 불안이 점점 더 확산되며 우려했던 금융위기의 실물 전이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막힌 돈줄을 뚫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연쇄 도산사태도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자금 악화설이 나돌았던 C&그룹은 29일 증권시장 조회공시를 통해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에 대해 검토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 금융권과 주식시장에선 C&그룹의 워크아웃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C&그룹은 중공업 건설 등 41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액 1조8,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C&그룹이 워크아웃으로 넘어갈 경우, 금융위기 발생 이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기업의 첫 사례가 된다.
시장에선 C&그룹의 위기가 자칫 한계 기업의 연쇄 도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C&그룹처럼 인수ㆍ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대기업들이 9월에 이어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다음은 ○○그룹 차례'라는 식의 근거 없는 '기업 살생부'가 증시 주변에 다시 나돌고 있다.
C&그룹 워크아웃설이 나돌면서 이날 주식시장도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과 오후 급등 사이드카와 급락 서킷브레이커가 번갈아 발동되고, 변동폭이 사상 최대인 157.98포인트(최고 1,078.33, 최저 920.35)에 달했다. ▦11일만의 외국인 순매수 ▦연기금 대량 투입 ▦40원이 넘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1,427원) 등 호재에도 불구, 코스피는 C&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전날보다 30.19포인트(3.02%) 내린 968.97로 마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대출이 막혀 자금 사정은 열악해지고 경기는 하강해 장사도 안 되는 기업이 어디 한둘이겠느냐"며 "워크아웃 등 실물경제의 침체 징후가 하나 둘 구체화하면서 시장이 더 이상 시장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를 차단하고, 과도한 증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이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계 기업을 넘어 멀쩡한 기업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금융권 대출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재정을 투입해 기업들에 대한 보증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증시의 과민반응과 실체불명의 루머 확산도 잠재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는 증시 악성루머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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