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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예산안 수정 주체'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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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예산안 수정 주체' 갑론을박

입력
2008.10.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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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상황 악화로 내년도 예산안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한 가운데 예산안 수정 주체 문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의 수정을 누가 해야 할지를 놓고 여야가 갑론을박 중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잘못 짜놓은 예산안을 직접 고치지 않고 국회에 미루고 있다"며 정부가 수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 수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론 민주당 주장이 맞다. 예산편성권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있다. 또한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부득이한 사유'로 내용을 수정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안 수정의 주체 역시 정부라는 의미이다.

국회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기 의원은 29일 "이렇게 위기 상황에서 변화된 경제 여건이 반영 안 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정치권이 알아서 해 달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가 예산 편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는 등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정부가 예산안의 뼈대를 바꿔 3대 부자감세안(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상속세 개편)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을 수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변경된 경제성장 전망과 세수 변화 등에 맞춰 예산안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10일부터 상임위별로 예산안 심사에 착수해야 하는 등 일정이 촉박한 것이 사실이다.

예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정부가 예산안 전체를 일괄적으로 수정해 제출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정부가 제출한 수정안 내용을 가지고 각 상임위 차원에서 예산안을 수정하면 민주당의 지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원칙만 고수할 게 아니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론과 현실론 모두 나름 일리가 있지만 문제는 예산 수정의 폭이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5조원에서 많게는 10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통상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되는 예산 규모는 1조원 미만이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국회는 예산안 '조정'이 아니라 '편성'을 해야 할 판이다. 가뜩이나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국회 예산심사가 더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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