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콩팥'인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제10차 람사르협약 총회 개막 이틀째인 29일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 사무총장과 9차 총회 개최국인 우간다의 마리아 무타감바 환경부장관,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바쁜 일정을 쪼개 한 자리에 모였다.
이인식 람사르총회 민간추진위원장의 사회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좌담에서 이들은 습지보전과 기후변화를 비롯한 주요 의제, 총회 이후 정책 방향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인식=습지는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소중한 자원이지만, 그 가치를 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티에가=인류 삶의 터전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돼 엄청난 양의 탄소가 저장하고 있는 이탄(泥炭)습지가 파괴되면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역ㆍ국가 차원의 조치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무타감바=습지는 위험에 처한 생태계를 지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어류의 산란, 양육, 이동경로 상에서 대단히 중요한 먹이를 제공한다. 우간다는 현재 비시나(Bisina), 마부로나키빌리(Mburo-Nakivali) 등 11개의 람사르 등록습지 50만㏊를 보유하고 있으며, 습지 관리에 있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이인식=10차 창원 총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또 2009년부터 6년간 수행할 전략계획도 수립할 예정인데, 계획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는가.
티에가=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간 이해를 증진시키고 둘째, 모든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략계획은 현재 초안단계로 본회의 등에서 당사국들의 논의를 거쳐 채택될 것이다.
전략계획 이행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 당사국에서 람사르협약을 담당하는 행정당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회의에서 채택될 '창원선언문'에 이러한 실행을 위한 노력들을 담을 것이다.
이인식=아직 개막 이틀째이지만, 이번 총회 준비와 진행 현황을 평가한다면.
티에가=간단히 말하면 시설, 숙박, 교통 등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 나를 포함해 협약 사무국은 준비기획단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한국 국민들이 보여준 노력과 친절함에 감사 드린다.
무타감바=한국 정부와 경남도가 정말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준비한 것 같다. 람사르협약 정신에 부합하는 '완벽한 대규모 총회'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참가자와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된 생태관광과 이색적인 문화ㆍ예술ㆍ체험 행사들이 인상적이다.
이인식=두 분 다 극찬해 주셨는데, 경남도가 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제적 환경도시로의 도약을 꾀하면서 한편으로는 대규모 연안매립을 추진해 오히려 습지 파괴에 앞장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태호=(한국이)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뤄오는 동안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파괴된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개발과 경제발전은 자연보존과 배치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개발과 보존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개발을 통한 보존, 보존을 통한 개발이 앞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경남도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남해안시대를 열고 생태관광을 발전시키는 등 아름다운 자연의 현명한 이용을 통한 친환경적 발전상을 그리고 있다.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자연 파괴 없이 남해안 시대를 열 준비를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지역민들과 함께 풀어가겠다.
이인식=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은 이번 총회에서 논 습지와 관련한 결의문 채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티에가=논은 아시아 국가에서 중요한 인공습지다. 인공이든 자연이든 관계없이 모든 습지에 대해 습지가 지닌 높은 생산성을 보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람사르협약의 기본 방향이다.
아프리카나 유럽도 쌀을 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쌀값상승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아시아가 쌀을 충분히 공급해 주는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인식=아시다시피 요즘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사막화 등에 대한 범지구적 대처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사막화가 매우 傷鄂?문제로 대두되고 있을 텐데, 어떤 공동대응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가.
무타감바=아프리카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이집트 세멜쉐이크에서 열린 아프리카연맹(AU) 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지역회의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와 동남부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등 여러 이니셔티브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COMESA에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또 이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이번 총회에 이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지역장관회의에서 교토의정서 후속조치 협상에 임하는 아프리카 지역 공동의 입장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인식=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 경남도도 최근 '경남환경선언'을 발표했다. 녹색성장의 의미와 바람직한 추진방향에 대해 견해를 밝혀달라.
김태호=녹색성장은 포기할 수 없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란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변증법적 접근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녹색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감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남환경선언은 경남도가 앞으로 모든 정책의 포커스를 녹색성장에 맞춰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이인식=람사르 총회는 정부의 환경정책과 더불어 국민들의 환경의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 포스트 람사르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무타감바=2005년 제9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한 것은 우리에게 대단한 영예였다. 여기에 더해 우리의 습지관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총회 전 2개에 불과했던 람사르 등록습지가 11개로 늘었다. 또 습지관리 담당 행정기관도 일개 과(課)에서 부서로 격상됐으며 현재 '습지와 부문 종을 위한 법(Wetland and Sector Species Law)'을 준비 중이다.
훌륭히 총회를 준비한 한국도 다양한 정책들을 입안해 국민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등 인근 3개국이 협력해 죽어가는 빅토리아 호수를 복원한 것과 같은 시민 대상의 인식증진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했으면 한다.
티에가=환경보전에 있어 정책 최고 결정권자들의 인식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녹색성장 방침을 채택한 것은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다. 총회를 앞두고 멸종된 따오기 복원을 추진하는 것도 상징적인 표시가 될 수 있다.
건강한 습지가 따오기의 훌륭한 서식지가 될 것이다. 이번 총회 성과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정책결정 과정에 잘 반영되기를 바라며 한국 정부와 경남도가 총회를 완벽하게 준비한 만큼 '창원선언문'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인식=김 지사께서도 람사르 총회 이후 '환경수도 경남' 브랜드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김태호=람사르 총회 개최 경험을 토대로 습지의 보전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또 '환경수도 경남' 브랜드 창출을 위해 동아시아 습지교육과 국제 심포지엄 등 국제교류 사업을 주 업무로 하는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환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환경정책을 전향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 환경행사를 유치하겠다. 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경남도를 에코투어리즘의 메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좌담회 참가자 프로필
◇ 아나다 티에가(Anada Tiega) 람사르협약 사무총장
▲니제르 니아메대학 동ㆍ식물생태학과 ▲미국 애리조나대 산림학 석사 ▲니제르 국립농업발전연구소장 ▲수리ㆍ환경ㆍ사막방지부 자연ㆍ수산 국장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기술고문
◇마리아 무타감바(Maria Mutagamba) 우간다 환경부장관
▲우간다 메케레레대학 경제학과 ▲우간다은행 연구원 ▲WaSH캠페인(물ㆍ공중위생)프로젝트 리더 ▲아프리카 물장관회의 의장
◇김태호 경남도지사
▲서울대 농업교육과 ▲서울대 교육학 석ㆍ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사회= 이인식
2008람사르총회 민간추진위원장 겸 따오기복원추진위원장
정리=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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