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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 치료, 시간과 장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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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 치료, 시간과 장비에 달렸다

입력
2008.10.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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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이 된 지우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세상에 나왔다. 지우 엄마는 분만예정일이 지나도록 진통이 없어 유도분만을 하려 했는데, 정기 검사에서 태아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를 했다.

그런데 지우는 태어나자마자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혈액에 산소가 부족해 몸 전체가 검푸른색을 띄었다. 태어나면서 태변을 흡인한 것이 문제였다. 지우는 곧바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됐다. 지우는 병원에서 기도 청소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점차 악화됐고, 결국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았다.

폐동맥은 우리 몸을 돌며 전신에 산소를 공급해 주고 심장으로 돌아 온 피가 다시 산소를 받기 위해 폐로 가는 통로다. 신생아 때 폐동맥에 고혈압이 생기면 심장으로 돌아온 피가 폐로 가지 못하고 대동맥으로 바로 나가버려, 산소가 전신으로 퍼지는데 장애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체내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가쁘고 청색증이 오는 것이다.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이 지우와 같은 태변흡입 증후군이다.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일산화질소(NO) 가스 흡입이다. 그런데 지우가 태어난 병원에는 일산화질소 치료를 하는 장비가 없었다. 생후 이틀 된 지우는 인공호흡기를 단 채 앰뷸런스에 실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왔다.

지우는 10일 동안 인공호흡기 치료와 일산화질소 흡입요법을 받고 3주 만에 건강히 퇴원해 2년이 지난 지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저산소증으로 뇌,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장애가 오고, 심하면 사망한다. 그러나 일산화질소 흡입요법을 비롯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합병증없이 살 수 있는, 치료율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일산화질소 흡입요법의 장비와 소모품 비용이 막대하고, 건강보험관리공단이 급여로 인정하지 않아 수도권 몇몇 대학병원을 빼고는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또, 장비를 갖춰도 치료 받을 병상이 없어 이 질환이 의심되는 신생아가 인공호흡기를 단 채 다른 병원을 찾아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은 특성상 예측할 수 없고, 발병하면 증상이 아주 빨리 진행돼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뇌 손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 출생과 함께 질환이 발견되면 신속히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신생아가 치료를 포기하거나, 장비 있는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 질환은 10여년 전만해도 사망률이 80%에 육박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일산화질소 흡입요법이 도입되면서 획기적 전기를 맞았다. 탁월한 치료효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98년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 1차 치료법으로 공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치료법 도입으로 태변흡입 증후군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사망률이 7% 미만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장비를 갖추고 적절히 치료한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연간 신생아 출산이 40만명이므로 이 질환은 연간 500~800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적절히 치료하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생명이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최소한 지역별로 한 곳 이상 신생아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어야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루 속히 일산화질소 흡입요법 수가가 제대로 인정돼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장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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