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화를 공부하듯 볼 때는 안 그랬는데, 서른 넘어 가뭄에 콩 나듯 영화를 보노라니 내게 심각한 장애가 생긴 것 같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 똑 같아 보여 캐릭터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등장인물 분간도 못하고 있으니 영화가 이해될 리 없다. 외국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 영상미학을 위해 애쓰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한 바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연예인들도 구별을 못하겠다. 특히 요 몇 년 사이에 등장한 신인 분들은 도무지 분간이 안 된다. 얼짱녀 꽃미남이라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더더욱 분간이 힘든 것 같다.
다 늘씬하고 몸짱이고 다 아름답고 미남이니 무슨 차이가 인식이 안 된다. 한 드라마에서 간신히 낯을 익혀놓아도, 그 연예인이 다른 드라마에 나오면 저 분이 누구시더라, 어디에서 나오셨더라, 하고 어질어질한 것이다. 얼굴도 구별을 못하니 이름은 더욱 못 외운다.
그런 내가 프로야구 선수들은 헬멧과 모자를 쓰고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얼굴 안 보고 스윙이나 투구 동작, 수비 위치만 보고도 이름을 곧장 떠올릴 수 있다. 사람 보는 눈은 관심과 애정의 정도에 있는가보다. 사랑하듯 보면 세밀한 개성들까지 속속들이 볼 수 있지만, 주마간산하듯 보면 다 그게 그거로 보이는 것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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