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탈레반에 대해 강경책을 고수해온 미국이 정책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폭력사태로 불안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진정시키기 위해 탈레반과의 대화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 등의 발언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 대한 백악관 기밀 분석보고서의 초안에 담겨 있는 이 구상은 아프간 정부의 주도로 미국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사령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도 이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덜 과격한 탈레반 진영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WSJ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중요한 정책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테러조직과 협상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도 탈레반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런 구상의 실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탈레반과의 대화가 필요하며 아프간 미군 증원을 지지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도 화해 가능성이 있는 진영과 그렇지 않은 진영을 분리하기 위해 부족 지도자들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도 탈레반과 대화하기로 해 이 구상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양국 부족 대표들이 28일 부족회의를 열고 탈레반을 포함한 모든 무장세력과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아프간의 전 외무장관 압둘라 압둘라는 "양국 부족 지도자들이 탈레반 반군과 접촉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2개월 후로 예정된 차기 부족회의 전까지 탈레반과 만날 20명의 대표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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