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망과 신뢰를 지닌 월가의 경제 칼럼니스트들이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한 달새 구미 유력 언론의 잇따른 부정적 보도에 대해 정치적 배경을 문제 삼으며 극구 반박하던 정부도 비교적 친한파인 이들의 우려와 전망엔 당황스러운 눈치다. 이들이 분석한 한국경제의 실상과 취약점이 바로 서울 금융시장의 패닉(공황)를 초래한 핵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엊그제 '베어스턴스의 유령이 한국경제에 출몰하다'는 칼럼에서 "한국이 아시아 투자등급 국가 중 가장 위험하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은행권이 단기자금 조달과 외화 차입에 의존하는 등 1997년 외환위기 전후 범했던 실수를 반복해 외국자본의 대거 이탈을 부추기고 헤지펀드가 한국을 아이슬란드 다음의 사냥감으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을 탓하기 전에 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로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어제 '확산되는 소용돌이'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정말 충격적인 것은 미국서 발발한 금융위기가 신흥시장에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러시아 한국 브라질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2차 진앙지로 꼽았다. 그는 "이 나라들이 90년대 말 엄청난 금융위기를 겪었다지만, 지금 위기에 비하면 해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날에 불과하다"는 비유도 곁들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자신한 뒤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국제공조 유동성공급 내수활성화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솔직히 월가 칼럼니스트보다 대통령의 판단을 더 믿고 싶다.
그러나 연ㆍ기금 기관투자가의 가세로 급등한 어제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3,000억원 가깝게 내다팔았으며 달러환율도 25원 올라 1,500원 선에 다가섰다. 그들의 불가피한 사정도 있겠으나, 정책 신뢰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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