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신작 소식에 '2년차 증후군'을 떠올렸다. 첫 작품의 성공이 그의 발목을 붙잡지는 않을까. 그러나 '양날의 검'(29일~11월 4일ㆍ대학로 게릴라극장)으로 관객과 두번째 만나는 극작가 김지훈(29)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희곡 활성화사업인 '창작예찬' 공모 당선작이자 지난 여름 공연된 4시간 30분짜리 연극 '원전유서'로 평단을 사로잡으며 혜성처럼 연극계에 등장한 대형 신인다웠다.
"'원전유서'와 '양날의 검' 2편의 대본 중 후자가 더 좋다는 분도 많았던 걸요. 아무래도 피부에 와 닿는 세대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가업을 잇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어야 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이발소를 경영하는 아버지 초동영감과 아들 동검의 갈등을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양날의 검'은 엄밀히 '원전유서'보다 먼저 쓰여진 그의 데뷔작이다. 2005년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으로 그가 극작가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비평 과제를 위해 연극을 관람한 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희곡을 썼지만 덜컥 문학상을 받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교 시절 시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그의 꿈은 그때까지만 해도 시인이었다.
"'양날의 검'에 대한 이윤택 선생님의 극찬에 가까운 심사평을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시는 너무 개인의 문제에 천착하는 것 같아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였고요. 1년 동안 방황하다 이윤택 선생님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가 있는 밀양연극촌으로 갔죠."
관객에게 먼저 소개된 '원전유서'는 그가 이렇게 해서 연희단거리패 배우이자 극작가로 연극과 정식으로 인연을 맺은 뒤 쓴 작품이다.
그는 "'원전유서'가 무대에 오른 순간의 묘한 뭉클함을 잊을 수 없다"면서 "호평뿐 아니라 혹평도 있었지만 4시간 30분이든 10시간이든 방법만 알면 관객들을 집중시킬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연극'의 필요성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글을 잘 쓰고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알아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연극을 관객보다는 작가 입장에서 하고 싶어요. '즐거운 지성'이랄까…."
그는 특히 문학성이 결여된 요즘 연극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저는 '왼손은 시를 쓰고 오른손은 희곡을 쓴다'는 표현을 자주 써요. 양손은 다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TV드라마와 연극의 대사가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부할 게 많아 요즘은 헤겔의 책을 읽고 있다"면서도 "4, 5편의 희곡은 이미 발표할 만한 상태로 준비돼 있다"는 그에게 꿈을 묻자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 글이 고전이 되는 거요. 김지훈이라는 이름만으로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겁니다." 공연 문의 (02)763-1268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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