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검찰의 참여정부 사정 수사가 이처럼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전방위, 저인망,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사정 수사가 하나같이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검찰로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력을 동시에 의심 받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사정 수사로 분류할 수 있는 사건은 대검 중수부의 강원랜드 및 관련 업체 수사, 서울중앙지검의 KTㆍKTF 수사와 부산자원 불법대출 의혹 수사, 서울서부지검의 프라임그룹 수사, 서울남부지검의 애경그룹 수사, 대전지검의 VK 수사 등이다.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신성해운 로비 의혹 사건,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탈세 사건, 한국석유공사 비리 의혹 사건, 그랜드코리아레저 비리 의혹 사건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궁극적인 표적은 모두 참여정부 실세들이었지만 어느 것 하나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KTF 수사 과정에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인사청탁 관련 진술을 얻어낸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그 경우 도덕적 비난은 몰라도 법적 처벌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간 연결고리조차 잡아내지 못한 수사도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조만간 일부 수사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말해 상당수의 수사가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
몇 가지 원인이 지목된다. 먼저 참여정부 비리가 집권기간 중에 이미 상당수 적발됐다는 점. 집권 초기에 터진 썬앤문 사건, 불법 대선자금 사건의 와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이로 인해 권력 주변 인사들이 임기 중 극도로 '몸조심'을 했거나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른바 '예방주사 효과'론이다.
검찰 수사 방식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수사는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 수사라기보다 '일단 치고 보자'는 식의 저인망식 '싹쓸이' 수사로 진행된 측면이 크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압수수색에서 물증이 나오지 않고 주요 혐의자들이 입을 다물자 손 쓸 방도가 없어졌다. 압수수색이 늦어져 허탕 친 경우도 있었다.
성과가 미미하자, "참여정부 인사들이 비교적 깨끗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정 수사는 현 정권이 그 결과물을 도덕적 비교 우위의 근거로 활용하는 무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효과를 낸 셈이다.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고 대대적 수사를 벌인 검찰로서는 역풍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더 이상 수사결과에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히려 이번 사례를 수사환경 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검찰에서는 최근 들어 기존 수사 관행으로는 더 이상 대형 사건 수사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플리바게닝(자백감형제도) 사후승인제도' 도입 등 수사환경 개선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성패와 관계없이 이번 사정 수사는 수사 종료와 함께 새로운 논쟁의 시발점이 될 것 같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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