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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금융위기 '또 다른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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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 금융위기 '또 다른 뇌관'

입력
2008.10.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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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달러화와 유로화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로 급부상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로 ‘엔고=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전통 공식이 희미해 지는 반면, 부품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엔화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올랐던 엔화 가치는 특히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더욱 폭등했다. 지난주 13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 당 90엔대에 접어든 엔화가치(27일 기준)는 최근 한달간 유로화와 달러화에 비해 각각 33%와 13% 이상 올랐다.

엔ㆍ달러 환율은 28일 일본은행의 개입 움직임에 소폭 상승, 95.72엔(도쿄시장 기준 오후 3시 현재)을 기록했지만 초강세 현상은 이미 굳어진 양상이다.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원화가치 때문에 덩달아 원ㆍ엔 환율은 이번주 들어 1,500원대를 훌쩍 넘어서더니 28일에는 1,536.96원으로 마감됐다.

일본과 밀접한 우리 경제에 최근의 엔고는 엄청난 부담이다. 우선 저리의 일본 자금을 빌린 국내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에게 직접적인 자금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상품의 일본부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원가 부담이 상승해 채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일본자금을 빌려다 쓴 사업자들은 크게 늘어난 이자부담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갑자기 닥친 엔고(高)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안전자산 선호현상. 그만큼 빨리 조정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5년 이후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신흥시장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는데, 이 투자금이 최근 집중적으로 청산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연일 금리를 인하해 일본과의 금리차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신흥시장의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해 엔화 대출금을 갚고 있는 것이다. 28일 선진7개국(G7)은 이례적으로 엔화 폭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폭등을 막을 수단은 사실상 일본 당국의 개입 외에는 없다”며 “엔고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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