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총 들기를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국가의 탄압이 오히려 해당 종교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병역거부자 규제가 되레 잠재적 병역거부자를 늘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민준규 박사는 28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기획공청회 '양심적 병역거부자,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종교경제학이라는 개념으로 문제에 접근한 그는 "그 동안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양심적 병역거부 논의는 규범적ㆍ이념적 측면에 치우쳐 왔다"며 "합리적 분석틀을 이용해 이 문제에 실증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민 박사는 징병제를 실시하는 71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규제와 대표적 집총거부 교단인 여호와의 증인의 관계에 대해 미시경제학적 분석을 했다. ▲법적 인정 여부 ▲처벌 정도 ▲대체복무 인정 여부 등 10개의 계량가능한 변수를 사용해 각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관용지수'(COTIㆍ0~10의 범위로 지수가 높을수록 관용도가 높음)를 산정했다.
그 결과 한국의 COTI는 0.28로 아프리카의 제3세계 국가와 더불어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독일(9.38) 덴마크(9.29) 노르웨이(8.18) 등 선진국이 높은 COTI를 보였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6.25) 타이완(3.13) 등 분쟁의 불씨를 지닌 나라들도 비교적 높은 COTI를 나타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탄압이 집총거부의 원천이 되는 종교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통념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결과 COTI와 여호와의 증인 성장률은 반비례의 관계를 보였다(표 참조).
민 박사는 "사회제도와 갈등에 처한 소수종교를 규제할수록, 규제를 통해 이루려는 목표(병역거부를 파생하는 종교의 확산 방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는 순교가 종교적 선전으로 작용해 온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수요'(양심적 병역거부)가 '가격'(형벌)과 비탄력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에 착안, 공리주의에 기반을 둔 감금 및 교화가 목적을 실현할 수 없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가의 종교 규제와 해당 종교의 성장은 역상관관계에 있다"며 "소수종교에 대한 자유주의적 접근이 오히려 우월한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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