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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英 응용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 "영어교육, 교사 양성부터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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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英 응용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 "영어교육, 교사 양성부터 차근차근"

입력
2008.10.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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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은 조급증을 버리고 우수한 교사 양성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28일 내한한 영국의 응용 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 박사는 한국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그래돌 박사는 1990년대부터 중국, 인도, 중ㆍ남미 등을 돌며 영어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영어 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발표한 〈잉글리쉬 넥스트(English Next)〉는 영어의 세계화 과정을 고찰한 명저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29일부터 이틀간 주한 영국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21세기 영어교육 정책 국제 심포지엄' 에 참석, 영어의 미래 및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주요 현안들을 주제로 국내ㆍ외 학자들과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래돌 박사는 심포지엄에 앞서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영어의 등장으로 영어능력은 외국어로서 경쟁 우위 요인이 아닌 기본 요건으로 자리잡았다"며 "다음 세대에서 영어는 국가 발전의 핵심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생활 언어로서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항생제를 자주 투여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번 치료를 해도 환자 상태에 맞게 정확히 처방해야 한다. 영어 학습의 문제점은 주로 교수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데에 있다.

지난 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1학년 학생들이 매일 45분씩 영어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6년 동안 교육을 해보니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성공 사례이긴 하지만 영어 교수 시간과 교습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쉽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영어교육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교사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다. 원어민에게만 의존해서 성공한 국가는 없다. 결국의 교사의 질이 문제다. 교사에 대한 투자가 관건이다."

- 한국도 수학, 과학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이른바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물론 장ㆍ단점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지만, 동시에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구비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전에 영어로 수학 수업을 하는 장면을 봤는데 학생들이 아주 좋아하더라. 영어를 공부하지 않고 수학을 익히기 위한 도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영어몰입교육이 정착된 국가들은 처음에는 소규모 학교로 시작해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더라도 영어 교육은 보통 20~30년이 지나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 한국은 모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교사가 드물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1명의 원어민 교사가 영어교육을 전담하기도 한다.

"한국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원어민 교사는 직접 학생을 가르치지 말고 교사를 길러내는 업무를 맡아야 한다. 영어 교육에 성공한 나라들은 지원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교사를 다른 기관에 위탁해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교사를 가르치고 즉시 활용한다."

- 국가 차원의 교사 재교육은 쓸모 없다는 말인가?

"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에는 대학에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 많다. 하지만 대학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던 교사들도 학교로 돌아가면 금세 실망한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들이 학교 현장에 녹아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 차원의 지원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보다는 재교육 과정 교수진이 일선 학교를 직접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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