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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姜)·성(成)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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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姜)·성(成) 라인

입력
2008.10.2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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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 출신이다. 지금은 무너진 왕국이 되어버렸지만 투자은행의 전성기 시절 골드만삭스에서 CEO까지 지냈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 그보다 시장의 생리에 밝은 인물은 없다는 평가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별명은 '대공황의 사나이(Depression Man).' MIT에서 이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대공황 분야 최고 권위자다. "대공황이 다시 온다면 헬기로 돈을 뿌려서라도 막겠다"는 그의 유명한 발언은 소신의 일단을 보여준다.

시장을 너무도 잘 아는 재무장관, 경제위기(대공황)를 평생 들여다보아온 FRB의장. 요즘 같은 패닉 국면에선 확실히 '드림팀'이다. 실제로 리만브러더스 사태이후 구제금융법안을 포함한 고단위 시장대책 추진과정에서 두 사람은 탄탄한 공조 속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폴슨ㆍ버냉키팀'에 대한 시장 평가도 호의적이다. '시장을 잘 아는 재무장관인 만큼 결국은 시장을 구해내지 않겠는가' '대공황에 정통한 FRB의장인 만큼 결국은 제2의 대공황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기대감이 퍼져있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그래도 최고 정책책임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살아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나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총재의 조합도 그럴까? 이른바 '강(姜)ㆍ성(成) 라인.' 이름처럼 두 사람 모두 강성(强性)이다. 한때 '최ㆍ강(최중경 전 재정부차관과 강만수 장관)라인', 최근엔 '리ㆍ만(이명박대통령과 강만수장관)브라더스'란 말까지 유행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경제의 위기탈출여부가 '강ㆍ성라인'의 어깨에 걸려 있음은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장의 시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강 장관이 있다.

여의도 서편 국회의사당에서 나오는 강 장관 사퇴요구는 정쟁 차원이라고 치자. 하지만 여의도내 동쪽(시장)에서조차, 더구나 금융혼란국면에서 경제리더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대단히 불행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강 장관의 철학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국회에 가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취문제로 모멸을 당하고, 시장에서조차 외면을 받는 강 장관의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경제팀장의 모습이 아니다. 역대 어느 재정부장관도 이토록 만신창이가 된 적은 없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강 장관의 리더십은 지금 '식물'상태다.

이 총재는 적어도 이런 진퇴 논란에선 자유롭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앙은행스럽다' '너무 신중해서 타이밍을 놓친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시장에선 그에게 큰 불만이 없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박수를 치지도 않는다.

27일 예상밖의 0.75%포인트 금리인하로 이 총재의 소극적 이미지는 어느 정도 세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아닌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그의 선제적 대응능력에 대해선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게 시장의 솔직한 분위기다.

시장의 100% 지지를 받아도 어려운 판에 오히려 불신을 당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그래서 '강ㆍ성라인'은 어떤 행태로든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스타일을 바꾸든, 그게 안 된다면 사람을 바꾸든.

이성철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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