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사퇴론 정치'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포함해 사퇴를 촉구한 여권 핵심인사가 10명이나 되지만 정작 별반 소득은 없다. 당내에선 "말만 앞세운다"는 반발이, 바깥에선 "정쟁거리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은 줄곧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 3인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선거비 의혹이 제기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기자 대량해고 사태를 빚은 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도 주장했다. 국감 막바지엔 유인촌 장관과 이상희 국방부 장관, 신재민 문광부 2차관, 김회선 국정원 2차장까지 경질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 차관만이 거센 여론의 압력에 밀려났을 뿐 나머지 인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마저도 "정부ㆍ여당이 적절한 시점을 선택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시쳇말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말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내부에선 비판과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대안 야당' 이미지에 집착하다 보니 고비 때마다 주춤한다"며 "진정한 야성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 협상에선 강 장관의 사퇴를, 원 구성 협상 때는 어 청장의 경질을 끌어냈어야 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한 문방위 의원은 "국정원 2차장이 당ㆍ정ㆍ청 고위인사들과 언론대책회의를 가진 명백한 불법이 확인됐지만 지도부는 보여주기식 국정원 항의방문과 검찰 고발로 대충 매듭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 지도부 의원조차 "때에 따라선 법안 처리나 의사일정과 철저히 연계하는 단호함이 필요하다"며 "매번 용두사미가 되니까 정부ㆍ여당이 우리를 무시하고 국민들은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황은 다르지만 79석만으로도 5ㆍ18 유혈진압의 책임을 물어 정호용 국방장관을 사퇴시켰던 DJ의 정치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에서도 "이명박 정부 인사 모두를 사퇴 대상으로 삼을 생각이냐"(차명진 대변인)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정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강 장관 사퇴 문제로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었겠느냐"고 항변했다. 한 최고위원도 "책임자 문책 요구를 통해 현안을 부각시킨 경우도 많다"며 "의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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