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IMF 자금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세계 금융위기를 진화하기에는 IMF 보유액이 너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한 탓에 IMF 단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IMF는 최근 아이슬란드에 20억달러, 우크라이나에 16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한데 이어 헝가리에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여기에 루마니아, 폴란드 등 신용등급이 하락한 동유럽 국가들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IMF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은 2,000억달러에 불과하다. 5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에 비하면 넉넉하다고 할 수 없다.
IMF 기금은 각국이 납입하는 출자금으로 구성돼 있다. IMF는 현재 갖고 있는 돈이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출자금이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사이먼 존슨 전 IMF 수석 경제분석가는 "우크라이나와 경제 사정이 비슷해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가 여럿 있으며 경제규모가 더 크면서도 구제금융을 요청할 국가도 있을 것"이라며 "몇 나라에만 지원해도 현재의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MF가 역할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2조달러는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 기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8일 "중국과 중동 산유국 등 다량의 현금을 보유한 국가들이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구제할 수 있도록 IMF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IMF는 그 동안 구제금융 규모를 해당 국가 기금 분담액의 3배 이내에서 또는 기금 조성 기여도에 따라 제공해왔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에는 분담액의 8배, 아이슬란드에는 11배 등 한계액을 초과해 지원했다. 이들 국가는 그런데도 IMF 지원만으로 금융사태를 해결할 수 없어 다른 국가 등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렇지만 단일 기구에 과도한 권한을 줄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 때문에 IMF의 구제 기능의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IMF 수석 경제 분석가를 역임한 켄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IMF는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금융위기 해결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융위기를 단독으로 해결할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며 가져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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