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문득 '훗날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다양한 유산들을 자녀들에게 물려줘왔다. 가훈이나 생전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때로는 추억 어린 사진첩을 넘겨주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집과 회사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PC)의 하드디스크 폴더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저장돼있는 디지털 사진 파일들을 찾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친한 후배가 아이를 낳고서 5년 여간 정성껏 찍어놓은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어이없게도 PC 고장으로 다 날려버렸다는 끔찍한 얘기를 듣고 불안해진 탓이다.
CD롬이나 DVD롬에다가 수백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디지털 파일을 저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320GB짜리 외장 하드디스크를 하나 장만해 사진 파일 정리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다. 아마 내 또래의 부모들은 십중팔구 아이들이 크면 외장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 장치를 유산으로 물려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고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산지 얼마 안된 외장 하드디스크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로 꽉 찼기 때문이다. 만약 이 외장 하드디스크마저 고장 나면 큰 낭패가 될 것이다. 머지않아 백업용이나 데이터 용량이 부족하면 새 외장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거라는 새로운 걱정이 들었다.
웹하드 서비스나 구글 피카사, 마이크로소프트(MS) 사진 갤러리 등에 올려놔 백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세계 디지털 정보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65억 명 인구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데이터 용량은 무려 45GB나 된다.
때마침 가정이나 소규모사업자(SOHO)용을 위한 '스토리지'(디지털정보 저장장치)가 올해 내에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EMC가 인수한 아이오메가에서 선보이는 '아이오메가 스토어센터 ix2'라는 제품인데 저장용량이 최대 2TB(테라바이트)를 지원한다 여기에 네트워크 기능을 적용해 PC 노트북 휴대폰 PDA 등의 사진 동영상 음악 등 데이터를 통합 저장 관리해주고 '데이터 보호기능'(RAID)을 적용해 데이터 손실이나 장애 시에도 복구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과연 우리는 먼 훗날 후손들에게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물려줄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종래 IT칼럼니스트 jongr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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