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를 살렸다.",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악재다."
원유와 구리, 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 전망 등이 잇따르며 대부분의 원자재가가 3개월여만에 반토막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원자재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약(藥)이 될 지, 독(毒)이 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 상품 시장, 패닉 상태
가장 하락폭이 큰 데다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원유다. 7월3일 배럴당 145.29달러(마감 기준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유(WTI)는 27일(현지시간) 63.22달러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7월4일 140.70달러에서 24일(현지시간) 56.47달러까지 추락, 무려 60%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일단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미 주식 시장이 폭락하며 상품 투자가들도 덩달아 심리적 공황(패닉)에 빠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회의를 열고 감산을 결정했는데도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국제 유가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달러화 가치가 오르며 원유를 비롯한 상품에 투자하기 보단 이를 팔아 달러화 현금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가 뿐 아니라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은 모두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조차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현물가격이 온스(약 31.1g)당 722.38달러로 떨어졌다. 이달초만해도 900달러선을 돌파했던 금이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3월물 동 값도 전주말보다 129달러(3.2%) 떨어진 톤당 3,659달러에 거래됐다. 동 가격은 7월엔 톤당 8,800달러를 넘었었다.
니켈도 8월엔 톤 당 2만달러선을 돌파했었으나 최근에는 1만달러선이 붕괴됐다. 밀도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8월 부셸(약 27.2㎏)당 9달러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5달러선을 위협받고 있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고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는 이달 들어 33%나 폭락, 1970년 이후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단기 호재, 중ㆍ장기 악재
이처럼 국제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며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는 구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거의 모든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선 국제 원자재가 하락은 분명 호재"라며 "앞으로 당분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액은 240억달러 미만으로, 무역수지 흑자 전환의 일등공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수입액은 7월 280억3,000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의 세계 경기가 암울하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잖다. 특히 수출 물량 감소를 수출 단가 상승으로 메워온 우리로선 원자재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오히려 걱정해야 할 사항일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수출 둔화세 심상치 않다'는 보고서에서 "1~9월 누적 수출액(3,300억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22.7%나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이를 가공,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단가가 크게 상승한 배경이 컸다"며 "그러나 최근 세계 수요가 침체되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더 이상 단가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