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선이 무너지던 지난 24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현재의 금융위기가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해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도 이틀 전 국감에서 "다른 원인 등을 합치면 경우에 따라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팀의 수장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기'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시장에 만연한 과잉 공포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공포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발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 달라"고 주문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좋고 견실하다는 것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다만 환란이 우리의 내생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 반면에 지금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신용위기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파급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원인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가 환란 당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얘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란 때와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고, 외신들의 부정적인 보도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정부가 이제는 스스로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기관들 간 불협화음이 걸러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도 공포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들은 한국은행을 향해 올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은행채 25조원을 사줄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한은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상당한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그럴수록 금융위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더구나, 은행채 직매입은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조차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사안이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공개적 대립으로 비춰지고 이는 시장불안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물 밑에서 얼마든지 사전 조율을 할 수 있는데도, 정부기관이 다른 정부기관을 공개 압박하는 행태는 너무도 '아마추어'적이란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 대한,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우리 금융시장의 과민 반응을 촉발하는 측면이 상당하다"며 "수많은 대책보다도 리더십 회복이 더 중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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