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법무관들에 의해 헌법소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과 관련, 해당 출판사와 저자들도 법적 대응에 직접 나섰다.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펴낸 ㈜실천문학 등은 27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으로 언론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고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총 1억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에는 '대한민국사'를 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의 공저자 하종강ㆍ홍세화씨 등 저자 11명과 출판사 11곳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 '불온도서 목록'을 만들어 금서(禁書) 조치를 내린 행위는 헌법상 금지된 검열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원고 및 60만 군 장병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권과 양심의 자유, 학문ㆍ예술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온도서 지정의 근거로 북한 찬양, 반자본주의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원고들의 사상적 성향을 용공, 반사회적인 것으로 낙인 찍어 명예를 훼손한 만큼 국가는 출판사 및 저자들에게 각각 1,000만원을, 공저자에게는 500만원씩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오현운 변호사는 "손해 배상금 자체보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상 기본권조차 무시되는 현실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소송"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7월 말 북한 찬양과 반정부ㆍ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을 만들어 각 부대에 공문으로 하달하고, 해당 서적을 수거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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