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동(51)씨는 전남 순천시에 있는 종합스포츠센터의 관리실에서 보일러 등 냉난방 시설의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30년 동안 의류업계에서 패션 디자인 관련 한 우물을 파 온 이씨가 생소한 전기 설비와 냉난방 관리 분야에 뛰어 들어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 "의류 업체들이 외환위기 등으로 줄도산 하는 바람에 이곳 저곳 옮겨 다니던 중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전기와 냉난방 분야로 인생 항로를 틀었죠. 의류 관련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 된 것도 직업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이씨는 2003년 3월 직업훈련 전문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의 순천캠퍼스 전기과에 들어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자신을 무능력한 실업자로 보는 주변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공부는 학창 시절 이후 손을 놓았는데 뭘 할 줄 알았겠어요.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이씨가 학교와 공부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은 아들 뻘 되는 같은 과 동기들 도움이 컸다. 동기들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씨에게 "대단하다"며 용기와 도움을 주었고, 이런 칭찬과 격려는 이씨를 춤추게 했다. 2003년 말에 전기 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2004년 순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취직해 전기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전기밥'에 익숙해질 무렵인 2006년 말 뜻하지 않게 복막염을 앓게 돼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몸이 회복된 후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2007년 3월에 폴리텍대학 순천캠퍼스 산업설비과에 입학한 것이다.
"자격증은 하나로는 힘들다 생각했어요. 이젠 나이를 기준으로 직장 정년을 정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능력 정년으로 가야죠. 능력이 없으면 젊은이라도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나이는 들었어도 능력만 있으면 정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씨는 보일러 산업기사, 공조냉동 기능사, 가스 기능사 자격증을 추가했다. 현재 직장은 올해 4월 교수 추천으로 들어갔다. 월급은 150만원 정도. 오전 8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하는 격일제 근무다. 그는 "만족스러운 월급은 아니다"면서도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며 냉방 분야의 실무 경험을 더 많이 쌓고 싶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이지만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조만간 냉방 관련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면 냉방 분야 산업이 유망해질 겁니다. 그래서 냉방 분야 실무 경험도 많이 쌓고, 관련 공부도 더 많이 할 겁니다. 제가 판매하고 관리하는 냉방시설들이 이 세상을 시원하게 해 주면 제 인생은 더 따뜻해지겠죠."
김일환 고용정보원 홍보협력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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