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대학 연구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베트남인 박사의 실종사건이 28일로 꼭 1년을 맞았다. 그러나 사건 수사는 한치도 진전되지 않았고 경찰은 "정말 희한한 사건"이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다.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응우옌 트룽 탄(29) 씨. 그는 지난해 충남대에서 나노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하노이대학의 교수로 임용이 확정된 촉망 받던 과학자였다.
그런데 출국을 불과 10여일 앞둔 지난해 10월 28일 밤 대전 유성구 충남대 연구실에서 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책상에는 노트북을 켜놓고, 점퍼도 남긴 채….
연구동 입구의 폐쇄회로(CC)TV에는 이날 밤 10시 5분께 응우옌 씨가 동료 베트남 연구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들어오는 장면이 찍혔지만 나가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다만 평상시 잠가놓는 이 건물의 뒷문이 이날 반쯤 열려 있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응우옌 씨가 국내에 체류하며 돈을 벌기 위해 잠적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를 일축했다. 동료 연구원들은 "응우옌은 베트남 최고의 대학인 하노이대학 교수로 임용되자 뛸 듯이 기뻐하며 귀국을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교수인 충남대 김철기 교수도 "응우옌은 하노이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도 보장 받았기 때문에 잠적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 역시 그가 연구실과 자취방에 소지품을 다 남기고 몸만 사라진 점 등을 들어 사고나 납치 등 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했다. 경찰견을 동원해 9층짜리 연구동을 세 차례나 샅샅이 수색했다. 또 연구실과 화장실 등 곳곳에서 혈흔반응과 반항흔적을 조사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과 충남대측은 응우옌 씨의 사진을 실은 전단지를 배포하고 베트남 유학생 카페에 올렸으나 1년 동안 그를 보았다는 제보는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를 할만큼 다 했기 때문에 새로운 단서나 제보가 없는 한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가 살아있다면 여권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며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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