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구제금융에 사용된 돈이면 배고픈 아프리카 사람들이 3년 동안 먹고도 남는다.” (무치리 동부아프리카농부연합 회장)
월가발 금융위기로 미국, 유럽 등 전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등의 굶주린 사람들이 경제 선진국의 원조 중단으로 다시 한번 식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상반기 크게 솟았던 곡물 가격이 최근 폭락, 곡물 재고가 감소해 내년에는 식량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24일 거래된 12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2월 인도분 가격에 비해 62% 떨어졌으며 콩, 옥수수 선물 가격도 각각 47%와 53% 하락했다.
곡물 가격이 폭락하면 농산물 수출국의 농부들이 증산 의욕을 잃어 경작을 줄이며 이 경우 곡물 생산량 감소와 가격 폭등, 개도국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선진국들이 발등의 불인 금융위기의 해결에 매달리면서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금융위기로 올해 들어 이미 1억1,900만명이 추가로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게 됐지만 선진국이 내년에 원조를 줄이면 지구촌에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도 “국제 원조를 다짐하던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가 사라지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금융위기를 기화로 원조가 줄거나 보호무역 장벽이 강화되면 내년에 또 한차례 식량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이 같은 식량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감자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자는 과거 소작농이나 돼지가 먹는 천한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비싼 곡물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필수 작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유엔은 2008년을 ‘감자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감자는 무겁고 운반하기 힘든 데다 쉽게 부패해 구호기관마저 외면해왔다. 또 시장 거래도 부진해 바이오 연료로 쓸 수 있는 옥수수 등의 가격이 치솟을 때도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재배하는데 물과 에너지가 적게 들고 영양이 풍부해 구호식품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올해 초 곡물 가격이 치솟자 중국, 페루, 말라위 등은 식량 보호와 농촌 수입 보전의 방편으로 감자 소비를 늘리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감자 재배를 ‘가난을 물리친 방법’으로 평가하면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생산량을 50%나 늘렸다.
감자를 고산 음식으로 여기던 페루도 최근 도시에서 감자 먹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학교, 교도소, 군부대 등에 감자가 들어간 빵을 공급하는 등 소비를 늘리고 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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