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자들이 말한다. 왜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는 거냐고. 남자들도 투덜거린다. 왜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휴 그랜트처럼 결혼식장에서 매혹적 미녀를 사로잡는 행운이 내겐 따라오지 않느냐고.
아무리 가을이 결혼의 계절이라지만, 결혼식으로 가득 찬 주말 스케줄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금쪽 같은 주말, 어딜 가든 꽁꽁 막히는 교통 체증도 짜증스럽고, 가봤자 눈도장이나 찍고 오기 십상인 게 북새통의 예식장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들러리만 설쏘냐. 싱글 남녀들에게 친구의 결혼식은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대규모로 한데 모이는 더 없이 좋은 찬스.
올가을, 신랑 신부 못잖은 근사한 들러리로 변신해 솔로 탈출에 도전해보자. 스타 커플의 결혼식에만 멋쟁이 하객들로 가득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 Bridesmaid: 세미정장으로 화사하게
결혼식의 주인공은 당연히 신부. 그래서 예부터 신부보다 화려하게 꾸미고 결혼식에 가는 것은 실례라고 했다. 특히 웨딩드레스와 비슷한 흰색 원피스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하지만 신부 옆에서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게 눈길을 끌 수 있는 신부 들러리, 브라이즈메이드(bridesmaid)가 되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결혼 시즌은 화창하고 청명한 날이 대부분인 만큼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정장을 갖춰 입으면 성숙하고 도회적인 인상을 풍길 수 있어 금상첨화. 하지만 상하의가 동일한 세트 정장은 가급적 입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지나치게 포멀하고 꽉 막힌 느낌을 주는 데다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 최근 여성복 매장을 둘러봐도 예전처럼 세트로 맞춰 나온 투피스는 거의 없고, 상하의가 다른 스타일과 색상으로 구성된 세미정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먼저 옷장 안의 재킷들을 잘 살펴보자. 입고 갈 원피스나 스커트와는 재질과 디자인이 다른 재킷, 가을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트렌치 코트를 골라본다.
브라운이나 블랙 원피스를 입을 예정이라면 심플한 카디건을 걸치는 것도 가을 여인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링. 포인트로 코사지나 스카프를 활용하면 더욱 좋다.
재킷 안에는 레이스나 프릴 장식이 부분적으로 들어간 블라우스를 입을 만하다. 네크라인과 가슴 부분에 레이스나 프릴 장식이 있는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고 재킷이나 트렌치코트, 카디건을 걸치면 사랑스러우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스커트가 부담스럽거나 매니시한 느낌을 선호한다면 바지에 조끼나 재킷을 연출할 수 있다. 가는 줄무늬의 바지 정장, 혹은 심플한 블랙이나 그레이 컬러의 바지에 시폰 블라우스와 조끼, 재킷을 입는 것도 근사하다. 하이웨이스트 팬츠나 스키니 팬츠도 추천 아이템.
과거엔 화이트는 무조건 피하는 게 예의였지만, 올해는 블랙과 화이트가 워낙 유행이다 보니 무턱대고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럴 땐 흰색 옷에 다른 컬러의 옷을 믹스 앤 매치해 신부와는 다른 느낌의 브라이즈메이드 룩을 연출해야 한다.
만일 흰색 원피스를 입는다면 신부의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얀 단색이 아닌 프린트가 들어갔거나 다른 디테일들이 장식된 원피스에 블랙이나 다른 컬러의 재킷 등을 걸치면 된다.
이와 반대로 블랙 원피스나 블랙 블라우스의 정장 차림은 자칫 초상집에 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쉬우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블랙컬러 아이템은 화이트나 파스텔 톤의 로맨틱 블라우스에 검정색 A라인 스커트를 입거나, 재킷만 검정색으로 선택하는 식으로 포인트로만 활용하자.
친구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는다면 특별히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성스러운 결혼식인 만큼 지나치게 짧은 미니 스커트나 앞가슴이 깊이 파이는 상의 등 노출이 심한 디자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원피스보다는 활동성이 뛰어난 투피스나 바지 정장을 권할 만한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꽃을 받아야 하기 때문. 너무 밋밋하거나 심플한 원피스보다는 연핑크나 바이올렛 같은 파스텔 톤의 투피스를 입으면 신부 바로 옆에 있어도 신부에게 묻히지도, 반대로 너무 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
■ Bestman: 브라운이나 체크로 영국신사처럼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의상 선택의 폭이 좁다. 신랑의 검정 턱시도와 비슷한 컬러와 디자인을 빼놓고 나면 옵션이 몇 안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브리티시 룩 열풍으로 브라운 컬러나 체크 패턴의 정장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영국풍 정장들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스타일리시한 신랑 들러리, 베스트맨(bestman)의 체면을 살려준다. 단, 체크 패턴의 정장을 입을 때는 상하의에 모두 체크가 들어가면 너무 산만해 보일 수 있으므로 한 쪽에만 체크가 들어가도록 주의하자.
남성복이라고 해서 상하의 세?정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므로, 상의와 하의를 다른 컬러로 매치하는 세미 정장을 시도해보는 것도 개성을 살리는 데 좋다.
브리티시 수트가 없거나 부담스럽다면 그레이 컬러의 수트를 입는 것도 현명한 선택. 이땐 흰 셔츠보다 검정 셔츠를 받쳐 입는 게 안정돼 보이고, 스타일도 산다. 여기에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준 뒤 타이를 매지 않거나, 심플하고 단정한 슬림 넥타이를 매치한다면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돼 보일 수 있다.
만일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게 됐다면 평범한 수트보다는 상의에 포인트가 들어간 아이템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하자.
그레이나 네이비 색상의 단정한 수트에 도트 무늬나 체크 셔츠를 매치해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화려한 넥타이로 포인트를 잡아 주는 건 어떨까. 이런 옷차림이라면 아무리 신랑, 신부에게 짓궂게 굴어도 귀여운 사회자로 기억에 남을 테니까.
●도움말 베스띠벨리 이은미 디자인 실장, 지이크 파렌하이트 정두영 디자인 실장, 오즈세컨 마케팅실 한현선 과장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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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피부·깔끔한 화장, 신랑친구들이 '힐끔힐끔'
결혼식에 갈 때 옷차림만큼 중요한 게 화장이다. 신부보다 화려한 메이크업은 눈총을 사기 십상이고, 신부의 어른들에게도 요조숙녀 친구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스모키 메이크업이 유행이라지만, 눈두덩을 새까맣게 칠하는 이 화장법은 친구를 위해 하루쯤 참아 보는 게 좋겠다.
브라이즈메이드의 메이크업은 무엇보다도 깔끔하고도 화사한 게 최고. 이를 위해선 피부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스킨 케어 단계에서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수분크림을 충분히 발라주는 게 필수.
이때 크림이 충분히 피부에 흡수된 후 다음 단계 메이크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게 좋다.
적나라한 조명이 땀구멍 하나하나까지 비추는 결혼식장에 가기 전엔 모공과 잔주름, 여드름 자국 등을 '은폐'하는 일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피부 요철을 메워 매끄러운 피부로 만들어 주는 프라이머 제품이 해답. 프라이머로 피부 톤을 정리한 다음에는 파운데이션을 얇고 밀착감 있게 바르고, 가루 파우더로 보송보송한 피부를 만든다.
여기에 핑크 톤의 블러셔로 광대뼈를 발그스레하게 감싸고, 속눈썹 고데로 인형 속눈썹 같은 컬링을 만든 후 발랄한 느낌의 글로시한 립스틱을 바르면 끝. 사람이 많고 공기가 건조한 예식장의 특성상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미스트를 챙기는 것도 센스 있는 브라이즈메이드의 선택이다.
남자라고 해서 메이크업의 예외는 아니다. 여자만큼 꼼꼼한 화장은 아니더라도 수분을 앗아가는 비누 대신 피지 제거와 모공 세정에 효과적인 클렌징폼으로 꼼꼼히 세안하는 센스는 필요하다.
결혼식 전날엔 충분한 수면으로 피부의 피로를 풀어 주고 당일엔 비비크림을 발라 피부 톤을 맑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예기치 않게 솟아난 뾰루지나 면도하면서 생긴 상처 등은 컨실러를 이용해 감출 수 있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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