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영혼까지 팔았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돈 욕심에 금융위기의 주범인 모기지 상품의 등급을 고의로 상향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2일 열린 미 하원 주택ㆍ감독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부실한 신용평가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장에서는 "악마에 영혼을 팔았다"는 신용평가회사 내부 이메일이 공개됐다. 평가기관 무디스의 하급 직원이 4월 한 임원에게 "우리가 엉터리 평가를 했고 이는 돈 때문에 영혼을 판 행위 아니냐"고 쓴 것이다. 메일을 받은 임원은 "알아, 당신 말처럼 평가 모델이 위험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했어"라며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시인했다.
또 다른 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직원 간에 2006년 오간 이메일에는 "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지기 전에 돈을 챙겨 은퇴하자"는 내용이 있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수익을 우선시 하는 욕심 때문에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무디스와 S&P 등은 당초 모기지 관련 증권에 최고 등급인 'AAA'를 매겼다가 이후 주택가격 하락과 연체 증가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자 관련 증권의 등급을 급히 떨어뜨렸다.
헨리 왁스먼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신용평가업계가 의도적으로 기업 평가를 올려주면서 투자 거품이 생기게 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파멸에 이르게 했다"며 "이런 신용평가회사 때문에 전체 금융 시스템이 위험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규제당국에 대해서는 "위험 가능성을 무시하고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S&P, 피치 등 미국의 대표적 신용평가회사 최고 경영진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의 심각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경영 실패를 인정했다. 스티븐 조인트 피치사 회장은 "미국 주택시장의 추락 속도와 중대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했고, 무디스의 전 영업이사 제롬 폰스는 "회사가 수익 극대화에 주력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평가 대상의 등급을 매겼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청문회는 이번 금융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척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도 22일 재무부에 공동서한을 보내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에 적용하는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특히 도덕적 해이의 비판이 집중돼온 경영진 보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60조달러에 달하는 신용파생상품시장을 몇 주 안에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관련업계에 지시했다. 찰리 매크리비 EU 역내시장ㆍ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이 신용파생상품 거래 관계자와 규제 당국자, 중앙은행 관계자를 만나는 등 내달 초 시장 정화를 위한 중단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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