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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액권 발행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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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액권 발행 약속 지켜라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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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초로 예정됐던 10만원권 발행을 사실상 그만 둘 눈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최근 경제난 등 복합적 상황을 볼 때 5만원권만 발행해도 불편이 해소된다"며 "10만원권은 여건상 시급하지 않아 보류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주장하며 "10만원권 발행은 후진국형으로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강 장관은 보류 이유에 대해 "공개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10만원권 뒷면 도안의 독도 논란도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10만원권은 뒷면에 들어갈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없는 것에 대한 여론반발 때문에 현재 제작과정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물론 정부는 귀찮을 것이다. 가뜩이나 금융위기로 나라경제가 시끄럽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10만원권 같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문제'에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머리가 복잡해도 약속된 일은 해야 한다. 10만원권 발행은 오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 한국은행이 주도했지만 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장관이 승인했고, 국회도 OK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류라니. 무슨 패션쇼도 아니고, 나라의 얼굴인 화폐 발행계획을 도안과 디자인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일정까지 무시하며 스톱시키는 것은 신중치 못한 결정이다. 5만원권만 찍어낼 경우, 화폐 최고액권이 1,10,100 아닌 5로 나가게 되는데 이 역시 좀 어색하다.

그래도 보류해야 겠다면 정부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오랜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10만원권을 발행키로 했던 만큼, 보류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무슨 행정 처리하듯, 정부 편의대로 뒤집을 사안은 아니란 얘기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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