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침내 4% 아래로 추락했다. 1분기(5.8%)에 비해 순식간에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로 그만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에 빠르게 전염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 실적마저 악화하면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08년 3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전기 대비) 0.6%, 지난해 3분기보다(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2004년 3분기(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05년 2분기(3.5%)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 1.6%에서 올 1분기 0.8%로 반 토막 난 뒤 3분기 연속 1%를 밑돌고 있다.
산업내 비중이 큰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세 둔화가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제조업 성장률은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의 부진으로 전분기 2.2%에서 0.4%로 떨어졌다.
서비스업도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전기 대비 0.2% 성장에 머물렀다. 최근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건설업은 2분기 마이너스(-2.4%)에서 플러스(1.5%)로 호전됐지만 이는 2분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이다.
소비와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민간소비는 내구재에 대한 지출이 감소하고 서비스 소비 지출이 부진하면서 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은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이 부진하면서 2분기보다 되려 감소(-1.8%)했다.
외국과의 교역조건을 감안해 국민들의 실질적인 구매능력, 즉 호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대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분기 실질 GDI는 2분기보다 -3.0%,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2%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8.7%ㆍ전기 대비 기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실질 GDI가 악화된 것은 고유가로 인한 무역손실 급증 때문인데 3분기 실질 무역손실액(33조2,000억원)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한은 최춘신 경제통계국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커 국내 소비나 투자ㆍ수출의 둔화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졌다”며 “연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4.6%)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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