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 생맥주 잔에 퐁당하셨다. 수리비 최하 15만원이란다. 아낌없이 고쳐드리기가 저어되었다. 하여 옛날 분은 고이 보내드리고 새로운 분을 모시기로 하였지만, 이러저러한 일로 분주하여 이틀 간 그분 없이 지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97년에 처음으로 그분을 모시고, 이후 그분을 여섯 번인가 교체하는 10여 년 동안, 그분과 하루 이상을 떨어져 지낸 게 최초다. 그분들은 - '벽돌' 칭호를 들었던 분에서부터 '생각대로' 된다고 농담이 심하셨던 분까지 - 언제나 나와 함께 계셨다.
동고동락했다. 잠깐이니까 그분 없이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그분의 영향력은 나의 행동반경은 물론 영혼까지도 지배하고 계셨다. 이틀 동안 주인을 잃은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정신을 못 차렸다. 평소 잘 안 걸려오던 전화가 이틀 동안 어마어마하게 걸려왔을 것 같고, 일거리가 수없이 들어왔을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분이 내 손 안에 없다는 것이, 호주머니 속에서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것이, 문자를 획 쏠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 허하고 불안하고 괴롭고 우울했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내 존재가 없어진 것 같았다. 그분 없이 살 수 없는 나는, 그분의 노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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