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통화가 대부분 달러에 약세지만 일본 엔화는 상승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초까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달러당 85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4일 런던 시장에서는 한때 엔화가 달러당 90.87엔에 거래됐다. 13년 2개월만에 최고치이며 지난해 말에 비해 7% 이상 절상된 것이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약세인 유로화에 대해서도 113.79엔으로 급등세를 이어갔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 최고 강세를 보였던 것은 1995년 4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수출의존형 경제를 강화해가던 일본을 무역적자를 우려한 미국이 견제하면서 달러당 79.75엔까지 치솟았다. 이 때를 비롯해 그 동안 엔화 강세는 대부분 달러 약세와 맞물렸지만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달러가 그다지 절하하지 않은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오르는 엔화 초강세 국면이기 때문이다.
엔화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다. 미국, 유럽의 펀드와 투자은행들이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해외 통화나 금융상품에 투자해온 ‘엔 캐리 거래’를 중단하고 줄줄이 엔화 갚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내 기관, 개인투자가도 해외 금융자산이나 투자신탁을 해약하고 엔 사들이기에 바쁘다.
하지만 사들인 엔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잠들어 있다. 엔 강세가 길어지면 수출 기업 실적에도 타격을 주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우려도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엔화가 달러당 85엔, 유로 대비 100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어 당분간 엔화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