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실제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흑자를 유지하다 올들어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있습니다. 대체 경상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걱정을 하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우선 경상수지가 뭔지부터 알아야겠죠? 경상수지란 나라와 나라 간의 거래에서 주식투자나 외화대출처럼 자본만 오가는 거래(자본거래)를 제외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래(경상거래)의 수입과 지출간 차액을 뜻합니다. 수입이 지출보다 많으면 흑자, 반대면 적자라 하는 겁니다.
경상수지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요. ▦상품 수출과 상품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 ▦해외여행, 특허권 사용료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채권이나 주식투자에서 벌어들이고 난 뒤 지급하는 배당ㆍ이자 등을 기록하는 소득수지 ▦외국 친척에게 송금하는 돈 등을 계상하는 경상이전수지 등을 합친 금액을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계산하는지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는 올 들어 8월까지 선박, 반도체, 자동차 등을 3,003억달러 수출하고 원유, 기계, 철강재 등을 2,918억달러 수입했습니다. 모두 눈에 보이는 상품들이죠.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19억달러 많으니 그만큼 상품수지는 흑자를 본 셈입니다. 하지만 해외여행, 특허권 사용료 등 분야에서는 지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는 138억달러나 적자가 났답니다. 여기에 소득수지 16억달러 흑자, 경상이전수지 23억달러 적자를 합쳐 보면 전체적으로 경상수지는 126억달러 적자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적자규모 126억달러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미국 6.2%(2006년 기준), 영국 3.9% 등에 비해서는 훨씬 낮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각각 GDP 대비 9.4%, 3.9%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지요.
신문에 종종 무역수지(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라는 용어도 등장하는데요 이는 똑같이 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차액을 의미하면서도 상품수지와는 약간 다른 개념입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우선 원유와 같은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다소 안정되었지만 유가의 경우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지난 7월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는 등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똑같은 양을 들여오기 위해 두 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지요.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니 당연히 상품수지는 안 좋아지겠죠.
또 하나는 올해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과 유학ㆍ연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해외에서 지출하는 여행비나 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반면,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쓰는 돈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커진 탓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아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이용하기 위해 해외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답니다. 흔히 로열티라 부르는 기술이용료 말입니다. 최근에는 우리 기업이 중국 등지로 해외진출을 많이 하면서 해외에서 지출하는 광고비 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죠?
경상수지 적자는 그 나라의 소득이나 고용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수출을 많이 하게 되면 그 수출품을 만드는데 일자리와 소득이 당연히 많아지겠죠? 반대로 수입이 많아지면 그만큼 국내의 일자리와 소득은 줄어들 겁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으로부터 사들인 재화와 서비스가 외국에 판 것보다 많다는 뜻이니 경제 전체적으로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이 발생하고 국민소득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면 외국에서 빚을 들여와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외국 빚이 자꾸 늘어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원금상환과 이자부담이 커지고 대외신인도도 떨어져 나중에는 빚을 얻기조차 힘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소득보다 지출이 커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가계를 꾸려가기 힘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요즘에는 환율상승의 한 원인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꼽히기도 하는데요. 외국에서 벌어오는 달러보다 내줘야 할 달러가 많다 보면 당연히 달러 수요가 많아지고 결국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따라서 경상수지는 적자보다 흑자가 좋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큰 폭의 흑자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도 반드시 좋지 많은 않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그만큼 외화가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외화를 번 사람들은 그 외화를 원화로 바꾸게 되죠. 그만큼 국내 통화량이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또한 적자를 보는 무역상대국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수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하게 하는 등 무역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출과 수입이 많아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득이나 고용을 늘리고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일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하기는 힘든 것처럼, 한 나라가 경상수지의 모든 항목에서 흑자를 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도체나 휴대폰 같은 수출품을 많이 만들수록 특허권 사용료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적자를 보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몇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원유 등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경제구조를 에너지소비가 적은 자원절약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또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열심히 하고 수출품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 등을 국내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그럼 외국 기술을 사용하고 지불하는 금액이 줄어들고 주요 부품의 수입을 줄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역을 더 잘 개발하고 여행비용도 비싸지 않게 하면 외국관광객들도 더 많이 오겠지요.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해외유학에 들어가는 외화 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 무역수지란
통관기준 수출입 금액의 차이
무역수지란 통관기준 수출입 금액의 차이를 말합니다.
통관기준 수출입이란 상품이 우리나라의 관세선을 통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수출입으로서, 여기서 관세선이란 무역에 있어 우리나라와 외국의 구분이 되는 선입니다. 이와는 달리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은 상품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수출입입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선박의 경우, 관세선을 통과한 후 소유권이 이전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통관기준 수출입과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또 통관기준 수출입과 상품수지상의 수출입은 각각의 금액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통관기준 수출은 본선인도가격(FOB가격)으로, 통관기준 수입은 운임 및 보험료포함가격(CIF가격)을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반해 상품수지에서는 수출입 모두 본선인도가격으로 작성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안동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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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적자 대국' 미국, 해외 자본으로 버티다…
경상수지 적자는 사실 요즘 전세계를 뒤흔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 얘기입니다.
혹시 '글로벌 불균형'그대로 해석하면 '세계적인 불균형'이지만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로 흑자를 내는 나라와 적자를 내는 나라 사이의 경상수지간 불균형으로 일컫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런 불균형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중국,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자원부국은 계속 흑자를 냈고, 미국과 영국은 막대한 적자를 쌓아갔죠. 특히 미국이 심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적자액(7,390억달러)이 전세계 경상수지 적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으니까요.
상식으로 치면 이런 적자국은 망해야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요즘 한창 뭇매를 맞는 '미국식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마술을 부린겁니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뻗어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흑자국의 돈을 적자국(특히 미국)에 투자금의 형태로 퍼 날랐습니다. 해외에서 쏟아지는 자본 덕분에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에는 돈이 넘쳐났죠. 미국인들은 신용과 부동산을 담보로 초저금리의 돈을 빌려 마음껏 소비했고요. 선진국의 주머니에서 첨단 금융기법으로 수십배씩 부풀려진 자본은 다시 신흥경제국에 투자되고, 전 세계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띄워놓았습니다. 덩달아 치솟는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연평균 5%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가 계속됐다면 별 탈이 없었겠지만, 경제는 언젠가 불균형을 깨고 균형을 찾아가게 마련이죠. 터무니없이 부풀어 오른 미국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는 순간, 글로벌 금융의 마술은 끝나고 세계 경제는 쓰라린 위기를 맞게 된 겁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초강대국의 이런 치명적 약점은 세계 경제에도 늘 '언제 터질 지 모를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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