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는 홍경택(40)이라는 깜짝 스타를 낳았다. 총천연색의 수많은 연필이 빽빽하게 들어차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그의 작품 '연필Ⅰ'이 추정가의 10배에 달하는 648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것.
당시 환율로 약 7억7,000만원, 홍콩에서 거래된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 기록이었다. 이전 기록은 김동유의 '마릴린vs마오 주석'이 세운 3억2,000만원이었다. 올해 5월 같은 경매에서도 홍경택의 '서재Ⅱ'는 한국 작품 중 가장 비싼 6억3,000만원에 팔렸다.
홍경택은 국내 미술계보다 해외 미술시장에서 먼저 주목받은 독특한 존재다. 1995년 경원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전업 작가가 된 뒤 10년 가까이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고, 5년 전 '월간미술'이 한국의 차세대 미술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해외 경매를 통해 불과 몇년 사이에 세계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으는 스타 작가가 된 것이다.
개인전 '연옥'이 열리고 있는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만난 홍경택은 크리스티의 스타가 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림이 팔리지 않을 때처럼 자유롭게 작업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기 전에 돈으로 환산해버릴까봐, 얼마에 팔린 작가로 끝나버릴까봐, 더 이상 나에 대해 파고들지 않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이런 고민의 결과물들이 나왔다. 기존 그의 작품에서 익숙한 필기도구나 서재 시리즈가 아니라 '펑케스트라(Funkchestra)' 시리즈가 주를 이룬다.
펑케스트라는 펑크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로, 펑크 등 대중음악에서 반복되는 리듬을 대중스타들의 이미지와 함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표현한다는 뜻에서 작가가 붙인 이름이다.
한 치의 빈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화면을 촘촘하게 메우고 있는 화려한 패턴의 중심에는 반 고흐를 비롯해 마릴린 먼로, 캐서린 제타 존스, 스칼렛 요한슨 같은 육감적인 여배우들, 그리고 영화감독 박찬욱과 옛 배우 남정임의 모습도 보인다.
스타들의 주위로 무수히 반복되는 기하학적 무늬들은 묘하게도 종교적 느낌으로 이어진다. '십자가 책형로'에서는 아예 작가 스스로의 얼굴을 십자가 가운데 박기도 했다. "현대 예술가들은 영적인 사람들이며, 산 자와 죽은 자를 매개하는 영매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에 종교적 이미지와 연결시켰다"는 게 홍경택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연옥'에 대해 그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놓인 혼돈의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저는 종교적이면서도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입니다. 저를 비롯한 현대 예술가들은 예술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양자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죠." 전시는 11월 22일까지. (02)511-0668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