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17.7%가 "감옥에서 10년을 살더라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17.2%는 권력을 남용하거나 법을 위반해서라도 내 가족이 부자가 되는 것이 괜찮고, 20%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뇌물을 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아무리 나를 더 잘 살게 해 주어도 지도자들의 불법행위는 절대 안 된다"는 청소년은 30.2%에 불과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9월에 전국 중고생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반부패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얼마나 잘못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이익과 목적만 달성된다면 양심도 법도 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참담한 것은 이 같은 인식이 과거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점이다.
'아이들이야말로 어른들의 거울'이다. 국가경쟁력은 세계 11위지만,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6점으로 세계 40위인 나라에서 청소년들만 청렴을 소중히 여기고, 정직하게 생각하고 살기를 바랄 수 없다. '학생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간식이나 선물을 주면 안 된다'(42.6%)거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 정직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45.8%)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전체 절반도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공직자 부패, 공공기관의 모럴 해저드, 사회지도층의 비리, '돈이 다'인 세상, 청렴하고 정직한 사람이 존중 받기는커녕 손해 보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의 75.8%가 우리사회를 '부패하다' 고 말한 것(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에서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반부패 교육도 물론 시급하다. 그러나 바로 그 학교에서, 교실 밖 사회 곳곳에서 비리와 부패와 탈법이 행해지고 있는 한 아무리 정직과 청렴이 소중하다고 강조한들 설득력이 없다.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는 어른들의 모습보다 더 강력하고 살아있는 교육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바담 풍' 하면서 아이들은 '바람 풍' 하기를 바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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