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 오히려 농민들을 시름에 빠뜨리고 있다. 올 가을 햇배는 과잉 생산으로 이미 산지 폐기되는 비운을 맞았고, 이제 김장용 배추와 무를 재배하는 농가까지도 밭을 갈아 엎는 상황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23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배추 시세는 포기당 1,000원으로 지난주보다 450원이나 폭락했다. 따뜻한 날씨 탓에 경기, 강원, 충청, 경상도 등 거의 전국에서 배추가 출하되면서 공급 물량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배와 사과도 지속적으로 출하량이 늘어 배(7.5㎏ㆍ신고)는 8.9%(2,000원) 내린 2만500원, 사과(6개ㆍ양광)는 17.9%(700원) 떨어진 3,200원에 팔리고 있다.
농가는 울상이다. 이미 햇배 1만톤이 13일부터 산지에서 폐기 처리되고 있다. 올해 배 생산은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반면, 경기가 나빠지고 이른 추석으로 대목을 놓치는 바람에 수요는 21%나 감소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예산 44억원을 들여 산지에서 수매ㆍ폐기키로 결정한 것. 가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추가 폐기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배 소비촉진 캠페인과 수출 등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런 상태가 이어질 경우 다음달 5,000톤을 더 수매해 폐기 또는 비축할 계획이다.
김장용 배추, 무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김장채소 재배면적 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용 배추와 무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각각 20.7%, 24.9% 넓어졌다. 벌써 배추와 무 산지에서는 생산비를 건지기도 힘들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자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