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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민번호 바꾸라고?" 행안부 정정사업에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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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민번호 바꾸라고?" 행안부 정정사업에 원성

입력
2008.10.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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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아버지 유산 상속을 위해 동사무소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 받던 박모(31ㆍ여)씨는 그동안 써온 주민등록번호와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부)에 기재된 번호의 앞ㆍ뒷자리가 모두 다른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부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상속이 불가능했던 박씨는 결국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친 뒤 자신이 사용하던 주민등록번호를 인정 받고 상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박씨처럼 행정관청의 실수로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부에 각기 다른 주민번호가 올라있는 국민은 무려 7만4,710명. 행정안전부는 이들의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 불일치 민원 일제해소 특별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부를 관장하는 대법원과의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채 행안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 민원인들의 불편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평소 써온 주민등록부상 번호를 그대로 쓰기를 바라는 반면, 행안부는 가족관계부 번호 정정 절차가 까다롭다는 등의 이유로 가족관계부에 맞춰 주민등록부상 번호를 바꾸도록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가족관계부상 주민번호를 바꾸려면 민원인이 직접 법원을 상대로 비송(非訟ㆍ공판 없이 서류접수 등으로 법관이 가부를 판단하는 절차)을 통해 정정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

이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기 힘든 민원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동안 써온 주민번호를 포기하고, 태어나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가족관계부상 번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 업무 등에 써온 주민번호를 모두 정정해야 해 민원인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8월 가족관계부에 맞춰 주민번호를 바꾼 서모(42)씨는 "회원가입을 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개인정보를 수정해야 했다"며 "살다 보면 주민번호를 쓸 일이 많은데 새 주민번호를 혹시 잊어버릴까봐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다닌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의 경우 평소 써온 주민등록부상 번호를 사용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법원을 상대로 비송 절차를 밟았다. 박씨는 "행정기관 잘못으로 피해를 본 것도 모자라 평소 쓰던 번호마저 마음대로 못 쓰게 하는 게 민원 해결이냐"고 말했다.

가족관계부를 관장하는 대법원과 주민등록부를 담당하는 행안부 사이에 업무 협조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겪지 않았을 불편을 민원인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월 말까지로 예정된 '주민번호 불일치 민원 일제해소 특별사업'의 실적도 부진하다. 9월 말까지 가족관계부나 주민등록부를 정정해 주민번호를 통일한 민원인은 전체 정정 대상자 7만4,710명 가운데 35%인 2만6,205명에 불과하다.

이중 2만5,378명이 주민번호 변경 불편을 감수하고 주민등록부 정정을 택했고, 가족관계부를 정정한 사람은 827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안부와 대법원은 민원인들의 불편을 외면한 채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원측에 여러 차례 이번 사업의 취지와 공동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법원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단독 시행하고 있다"며 "비송 절차를 민원인에게 소개하는 등의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 관계자는 "가족관계부가 주민등록부에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족관계부를 개정하려면 비송 절차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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