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 '투 톱' 이창호와 이세돌이 올 가을에 들어서며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교적 '쉬운' 상대에게 잇달아 패배,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다.
올 초 15연승을 달리며 시즌 내내 다승 선두를 지키던 이창호는 10월 들어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3연패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한국바둑리그에서 원성진에게 패한 뒤 14일에는 명인전 본선 리그에서 목진석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결승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목진석에게는 그동안 26승6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던 이창호는 이 날 패배에 이어, 17일에는 다시 한국바둑리그에서 최명훈에게 무릎을 꿇었다.
역시 역대 전적에서 32승7패로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던 상대에게마저 진 것이다. 이로써 최근 10경기 성적은 5승5패로 반타작 승률에 그쳤다. 특히 올해 한국바둑리그에서는 5승8패에 머물러 도저히 1지명 선수의 성적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부진의 연속이다.
이창호가 시즌 중에 3연패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24~ 8월2일까지 서건우 이세돌 진동규에게 패배한 이후 14개월만에 처음이다. 이창호의 역대 최다연패 기록은 2006년 10월10일부터 31일까지의 5연패다.
이창호는 이번 달, 조한승을 상대로 한 맥심배 본선(29일)과 원성진을 상대로 한 명인전 본선(31일) 대국을 앞두고 있다. 만일 두 판 모두 진다면 자신의 생애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작성함과 동시에 프로 생활 23년만에 처음으로 월간 대국 전패라는 아픔을 맞보게 된다.
한편 이세돌도 최근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이세돌은 지난 달 18일부터 이 달 2일까지 이미 5연패의 수렁에 빠진 상태다. 지난 2003년 9월17일부터 12월29일까지 기록했던 6연패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최다 연패 기록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10경기 성적은 4승6패.
재미있는 것은 이세돌 역시 이창호와 마찬가지로 내심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던 상대에게 뜻밖에 덜미를 잡혔다는 것. 명인전 본선에서는 5전 전승으로 결승 진출을 거의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최명훈에게 딱 반집을 졌고 한국바둑리그에서는 티브로드의 루키 이원도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보니 최명훈은 이번 달에 갈 길 바쁜 이창호와 이세돌의 앞길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리는 악역을 도맡은 셈이다.
게다가 이세돌마저 수렁이다. 비록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 5명 가운데 유일하게 패점을 기록, 주장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세돌은 지난 9일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최철한을 이기면서 간신히 5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곧바로 다음 대국인 GS칼텍스배 본선에서 박정상에게 또 졌다. 박정상은 그 동안 이세돌이 16승1패로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던 터라 충격의 강도가 더 세다.
이세돌은 이 달 중에 명인전 본선 리그 두 판 (24일 상대 조훈현, 28일 상대 조한승)과 천원전 준결승전(29일 상대 안조영)을 남기고 있다. 세 판 모두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대국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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