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을 장려하는 것은 결국'국가매춘'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우린 도시를 타락시키는 관광객들이 더 이상 필요 없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부군으로 고집불통의 완고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지닌 필립공(87)이 노동당 정부가 공을 들여온 관광산업 진흥책에 대해'적절치 않은'발언을 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일간 미러 온라인판이 27일 전한 바에 따르면 필립공은 지난 주 슬로베키아 공식 방문에 나선 엘리자베스 2세와 동행해 루블랴나에 머물던 중 현지 관광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매춘'운운하는 실언을 해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필립공은 프리모르스카대 관광학과 교수 마야 우란 박사가 "관광객을 돕기 위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로 모임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하자 웃으면서 문제의 발언을 쏟아냈다.
우란 박사는 "필립공이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참석자 모두가 아연실색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고 당시 받은 충격을 털어 놓았다. 다만 우란 박사는 나중에 필립공 발언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왕정에 반대하는 공화제 추진 단체 '리퍼블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제 침체기의 영국에선 가능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필립공은 반대로 손님을 내쫓는 말만 하고 있다"며 "이는 왕실이 아주 형편 없는 홍보대사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마침 다른 곳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느라 남편의 발언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간 영국 왕실은 자국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여왕 부부의 거처인 버킹엄궁과 윈저성은 영국을 찾은 외국인에겐 가장 매력적인 관광상품 가운데 하나로 이곳에만 매년 100만명의 여행객이 몰리는 등 왕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연간 90억 파운드(약 20조4,16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필립공의 거침 없는 말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그는 중국에 유학한 영국 학생에게 앞으로 중국인처럼 '찢어진 눈'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는가 하면 호주의 원주민 애보리진을 만나선 "아직도 서로 창을 던지냐"고 물어 '설화'를 일으켰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이번 파문에 대해 "필립공이 어떤 말을 해도 일일이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논평을 피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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