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힘을 강조하는 존 매케인 미 공화당 후보와 외교를 앞세우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확연히 다른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공약은 유지될 것인가.
뉴욕타임스는 23일 "선거전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두 후보가 '놀랄 정도의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며 "특히 전후 이라크,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을 다루는 데 정치적 편의와 소신이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유세에서는 어느 한쪽을 부각하고 있으나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그 소신이 희미해져 중간지대로 옮겨오거나 오히려 반대쪽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케인과 오바마의 외교ㆍ안보상 관점의 차이는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하노이 힐튼'(베트남전 때 매케인이 억류돼 있던 포로수용소)에서 5년 반 동안 포로생활을 한 매케인은 미국이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오바마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끔찍한 뒷골목을 잊지 못한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독재자 수하르토 정권 아래서 인권이 유린당하고 절대빈곤이 반복되는 비참한 생활을 목격했다. 동남아시아의 두 나라에서 겪은 두 후보의 경험은 매케인에게는'힘'으로, 오바마에게는 '도덕과 외교'라는 상반된 인식으로 구체화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힘을 강조하는 매케인이 알 카에다를 붕괴시키기 위한 파키스탄 월경작전을 부인하고, 외교를 앞세우는 오바마는 주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일방적 미군 증파'를 외치는 등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매케인은 지난해 4월 한 공연장에서 비치보이스의 노랫말을 '폭격하자 이란'으로 바꿔 부를 정도로 이란 핵 문제에 호전적이었다. 90년대 초 북핵 1차 위기 때 북한 핵 시설을 폭격하자고 했던 그였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폭탄을 가진 이란과 같이 사느니 군사행동을 감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난 수주사이에 그는 "이란이 사찰을 받는다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노랫말 개사도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나쁜 유머 습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케인의 외교정책 수석 고문인 랜디 슈네먼은 "이란이 유엔의 결의를 따른다면 이란의 (핵) 권리를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독재국가와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해 매케인과 노선이 갈리는 오바마는 "조건이 없다는 것이 처음부터 대통령이 대화에 나선다는 뜻은 아니다"며 "신중한 준비가 전제조건보다 더 중요하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오히려 그는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원심분리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휘발유나 석유제품이 이란으로 수입되는 것을 막는다면 이란 정부는 득실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제재의 수위를 높였다.
뉴욕타임스는 "존 F 케네디가 베트남전 병력을 증파하고,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며 매케인과 오바마도 차기 정부에서 한쪽은 '유연함'을, 다른 한쪽은 '단호함'을 보여주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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