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가진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희망’ ‘자신감’ ‘비상한 각오’ 등이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한 차례 기침했을 때를 빼고는 시종 목소리가 단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5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이 대통령은 ‘할 수 있다’ ‘자신감’ 등의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와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연설 말미에 이 대통령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 역사의 원동력”이라면서 “자신감을 갖고 다 함께 힘차게 나아가자”고 역설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난국을 극복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나와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온 힘을 다하겠다” 등의 표현으로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을 때도 박수가 나왔다. 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공포심’ 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6분 가량 연설하는 동안 모두 아홉 차례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수의 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은 채 서 있기만 했다. 본회의장 입장 통로 주변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연단으로 향하던 이 대통령은 앞줄에 앉아 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권영길 의원과도 악수를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연설 초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목청을 높일 때 민노당 의원들은 ‘서민 살리기가 우선입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3분 가량 들고 있다가 단체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직후 민주당 의석으로 다가가 일부 의원들과 악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연설 도중 손뼉을 치고, 이 대통령의 퇴장 때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기립해 손뼉을 쳤지만 이 대통령과의 조우는 없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김형오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각 교섭단체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자리도 마련됐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융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예산안 및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의 협력을 부탁했다. 이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면서 “정부에서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시간적으로 어려우니 국회에서 잘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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