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길음동에 위치한 '와우돈가스1900' 매장.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12개 테이블이 꽉 들어차 있다. 두툼한 등심살을 바삭한 빵가루로 맛을 낸 돈가스를 '1,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게 이 집의 인기 비결. 주부 김모(39)씨는 "일반 돈가스집 1인분 가격이면 여기서는 세 명이 먹을 수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멋진 외식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아이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창업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극복하고 꽉 닫힌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1,900원짜리 돈가스', '1,500원짜리 국수' 등 초저가 마케팅을 선보이는 점포들이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와우돈가스1900은 완제품에 가까운 재료를 공급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셀프서비스를 도입해 1,900원짜리 돈가스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비록 판매 가격은 내렸지만 매출이 급속히 늘고, 비용도 절감한 덕에 가맹점주 순마진율은 3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무한리필 구이주점 '도누가'는 1인당 6,900원만 내면 소불고기 돼지갈비 삼겹살 닭갈비 등 육류는 물론 오징어 새우 꼼장어 등 해산물 안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국수전문점 '우메마루'는 분식점 식자재 유통업 경험을 활용해 포장마차 우동값에도 못 미치는 1,500원짜리 국수를 출시해 바람 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 방학동 홈에버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수경(48)씨는 "불황에는 주머니가 얇은 소비자 사정을 헤아리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며 "10㎡(3평) 남짓한 점포에서 월평균 2,000만원 매출에 5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가 쇠고기전문점 '다미소'도 미국산 쇠고기 130g을 1,700원에 제공한다. 매장을 셀프식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여 가격 거품을 확 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가격 파괴는 외식업계뿐 아니라 서비스업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세탁전문점 '크린토피아'는 와이셔츠 한 벌의 세탁ㆍ다림질 가격을 단돈 900원에 제공한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세제 등 원자재는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낮춤으로써 초저가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가격파괴 탈모ㆍ두피관리 전문점 '스칼프랜드'는 '1회 관리비 1만원'의 가격파괴를 선언하며 가맹점 확보에 나섰다. 1대1 전화 영어 교육을 하는 '에스잉글리쉬'는 월 9,000원이라는 파격가에 원어민 강사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저가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저가 수요가 많은 상권을 잡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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