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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사랑해, 서울' 이젠 만나고 싶다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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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하정우가 멋들어진 연기 화음을 들려주는 '멋진 하루'엔 제3의 주인공이 숨어있다. 바로 종로 뒷골목과 이태원의 언덕길과 견인차량 보관소 등 숫기어린 서울의 맨 얼굴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은 따스하고 정겨운 변두리의 모습을 통해 사람 냄새 물씬한 도시로 다가온다.

구스 반 산트와 코엔 형제, 알폰소 쿠아론 등 다국적 감독 20명의 단편 18편을 모듬한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도 비슷한 울림을 선사했다. 에펠탑과 몽마르뜨 언덕 등 세계적 명소의 풍광 뒤켠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사랑과 이별과 다툼과 설렘 등을 포착하며, 영화는 낭만의 도시 파리를 인간미 넘치는 도시로 세묘한다.

'사랑해, 파리'를 벤치마킹, 부산시 지원 아래 추진되던 부산에 관한 옴니버스 영화 제작이 최근 전면 중단됐다. 물론 돈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냈던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제작비만 확보되면 해외 유명감독 섭외는 어렵지 않다"고 장담하지만, 부산시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어 제작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명 '사랑해, 서울'의 제작도 슬쩍 거론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초 영화사 미로비전 채희승 대표의 제안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으나 2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옴니버스 영화 '도쿄!'의 시사회장에서 "도쿄 관광 홍보 영화일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도쿄!'는 대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담기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광인 등을 등장시켜 소통에 사무친 도시인의 어두움을 반영한다. 하지만 도쿄를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시 홍보 효과를 톡톡히 해낸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 감독 미셸 공드리와 레오 카락스가 의기투합,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고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빙돼 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도시를 홍보하는 방법은 많다. 그러나 해외의 방송이나 공항에서 만나는 한국과 서울에 대한 홍보 영상은 주입식 교육을 연상시킬 뿐이다.

영화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도시 홍보, 훨씬 세련되고 차원 높은 방법 아닐까. 엔딩 크레딧에 세계 유명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는 '사랑해, 서울'과 '사랑해, 부산'을 빨리 만나고 싶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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