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000선이 붕괴된 24일 정부도 시장만큼이나 놀랐다. 결국 돈줄을 쥔 한국은행이 가장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은은 이날 오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주는 방식으로 2조원을 긴급 수혈했다. 증시를 위해 사실상 발권력이 동원된 것이다.
한은은 전날 금융위원회가 은행채 매입과 함께 증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압박'하자,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의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결국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말았다. 한은이 비은행권을 상대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근래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당국이 보는 증시 상황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지만, 한은은 일단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은 정희전 금융시장국장은 "오늘 조치는 펀드에서 자금이 인출되면서 나온 대응이 아니다"며 "오히려 불안하기 때문에 생기는 추가적인 불안감의 증폭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50조원의 유동성 지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이날 증시 폭락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투매심리 진정을 호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 증시가 홍콩,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외국 증시에 비해 주가 하락률이 높지 않고, 저평가돼있다"고 강조하는 등 불안 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쪽에선 우선 동원가능한 수단으로 증권거래세(세율 0.3%)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 등이 세수감소 폭이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단적 사태가 벌어질 경우 ▦현행 15%인 주식 가격제한폭 축소 ▦매매시간 단축 ▦주식거래 일시 정지 ▦임시휴장과 같은 긴급사태 처분권 행사 등의 조치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활용가능한 비상조치일 뿐, 현 단계에서 꺼낼 카드는 아니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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