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바로크 시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다. 지금도 그의 작품 '사계'는 누구나 좋아하는 클래식곡 1위로 꼽힌다. 그는 고향인 베네치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요즘의 대중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그의 음악은 바흐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불우해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극빈자로 객사했고 그의 음악도 오랫동안 잊혀졌다. 비발디가 재조명을 받은 것은 분실됐던 악보가 20세기 초반 무더기로 발견되면서부터. 그 후 1959년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내놓은 '사계'가 클래식 음반 사상 초유의 대히트를 치면서 비발디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무지치는 모던 악기로 '사계'를 연주했지만, 요즘은 비발디 등 바로크와 고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방식으로 연주하는 이른바 '당대 연주'가 유행이다. 악기와 주법이 요즘과는 달랐던 만큼 당대연주라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대연주에 따른 바로크음악은 모던 악기로 한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화려하며 속도감과 생동감이 넘친다. 이 무지치의 '사계'만 해도 같은 곡의 당대연주와 비교하면 우아하긴 하지만 너무 얌전해서 구닥다리로 느껴질 정도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두 명수,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파비오 비온디가 당대연주를 하는 이탈리아 실내악단과 함께 내한, 비발디의 음악으로 공연을 한다. 카르미뇰라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첫 내한이고,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는 2004년 첫 내한 당시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카르미뇰라는 바로크 바이올린뿐 아니라 모던 바이올린으로도 상당한 명성을 쌓은 반면, 비온디는 처음부터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로 출발했다. 두 사람과 각각 동행하는 실내악단의 연주 스타일도 차이가 있다.
비온디가 만든 에우로파 갈란테는 당대연주 중에서도 파격적일 만큼 강렬하며 즉흥성이 강하다. 이들이 2001년 발표한 비발디 '사계' 음반은 전세계에서 50만장 이상 팔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반면, 카르미뇰라나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당대연주 치고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고전적인 편이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연주자인 안드레아 마르콘이 만든 단체로, 그는 이번에 오지 않는다.
카르미뇰라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공연 프로그램은 모두 비발디 곡이다. '사계'를 비롯해 현악협주곡 3개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는 서울에서 비발디의 곡 3개 외에 동시대 프랑스, 영국의 작곡가 르클레르와 퍼셀의 곡을 하나씩 나란히 연주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비발디의 '비올라 다모레와 류트를 위한 협주곡'이다. 비올라 다모레는 바이올린을 닮은 바로크 시대의 인기 악기인데, 섬세하고 사랑스런 소리를 지녔다. 지방 공연에는 '사계'가 포함됐다.
▲ 카르미뇰라 &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비온디 & 에우로파 갈란테= 11월 2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11월 1일 오후 7시30분 통영시민회관, 11월 4일 오후 7시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11월 5일 오후 8시 울산현대예술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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